‘유도소년’ 박해수, 돈 되는 판 떠나 연극계로 돌아온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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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도소년’ 연습 현장. 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 ‘유도소년’ 연습 현장. 사진제공|스토리피
지난해 연극계에 흥행 다크호스는 단연 ‘유도소년’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연계가 긴 침체기를 걸을 때도 이 작품은 지난해 4월 26일 개막한 뒤 90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당초 공연 기간은 6월 29일까지였지만 팬들의 연장 요구가 빗발쳐 7월 13일까지 2주 연장했다.

그 ‘유도소년’이 7일 다시 막을 올렸다. 이번에도 대박 조짐이 엿보인다. 지난달 8일 진행된 프리뷰 티켓 판매가 2분 만에 6회 차 9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유도소년’은 슬럼프에 빠진 전북체고생 유도선수 ‘경찬’이 엉겁결에 1997년 고교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되고, 그가 서울로 상경하며 벌어지는 성장 스토리를 다뤘다.

이번 공연에선 주인공 경찬 역에 박훈 홍우진과 함께 박해수(34)가 트리플 캐스팅 됐다. 박해수는 ‘프랑켄슈타인’ ‘됴화만발’ ‘맥베스’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훈남’ 배우.

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유도소년은 이 시대 미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며 “지금 제 현실도 경찬이의 삶과 맞닿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해수라면, 연극계에선 굵직한 대형 작품에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A급 배우인데, 미생과 같은 현실에 맞닿아 있다는 얘기가 의아했다.

“34세의 남자 배우로서, 아직도 고민이 많고 성장통을 앓고 있죠. 작품 선택 기준이나 경제적 고민이 많고요. 게다가 내가 처음 연기할 때처럼 즐거워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죠. 그 때 경찬이를 만난 거죠. 연습하면서 스스로 힐링되는 걸 느껴요.”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그는 대개 어둡고 깊은 내면을 선보여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처럼 밝은 역할을 맡아 기쁘다는 그는 “실제 성격은 경찬과 더 가깝다”며 “장난기도 심하고 가끔 열정에 넘쳐 무모하기도 하고, 나태할 땐 한없이 나태하고,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경찬과 박해수의 닮은 꼴”이라고 설명했다.

한 때 그는 돈이 되는 영화, 드라마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연극계에선 월 100만 원을 벌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내 연극계로 돌아왔다. 그는 “영화, 방송의 매력도 있지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연극의 매력에서 도통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유도선수 경찬으로 완벽 변신을 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출연배우들과 함께 대학로 인근의 유도연습장을 찾아 일주일에 6번씩 유도를 배우고 있다. 그는 “초연 멤버들은 지난해부터 훈련해서 관장님이 일반인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하실 정도로 센 실력”이라며 “그에 비하면 저는 보통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도소년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공연 도중 그룹 H.O.T의 ‘캔디’, UP의 ‘뿌요뿌요’, 벅의 ‘맨발의 청춘’ 등 당시 유행가들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청소년 시절, 이어폰으로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노래에요. 30대 중반인 저를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게끔 해주죠. 왜 연극계의 ‘응답하라 1997’로 통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 것 같아요. 요즘 동료 배우들이랑 90년대 신문기사를 찾아 읽으며 90년대 사람으로 완벽한 세팅을 갖추고 있어요.”

공연은 5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전석 4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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