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마술사’ 바비 맥퍼린 내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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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짓궂은 외계인이 전 세계 수십만 가수들 사이에 다른 별에서 온 슈퍼히어로 하나를 숨겨뒀다면, 그건 바비 맥퍼린(65·사진)일 확률이 높다.

하나의 목소리로 동시에 여러 음을 내는 오버톤(overtone·배음·倍音) 가창, 타악기를 포함한 각종 악기 소리 흉내 내기, 두세 옥타브 사이를 빠르고 정교하게 오가며 베이스와 멜로디를 병행해 부르거나 날렵하게 분산화음 내기…. 빤히 보고 있어도 그 소리가 한 사람 성대에서 나온다고 믿기 어렵다.

맥퍼린의 연주를 음반으로만 듣는 건 역동하는 오로라를 사진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목소리를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의 피아노 건반처럼 쓰며 자유롭게 즉흥연주 한다. 기상천외한 연주로 객석의 웃음보까지 강탈하는 건 재릿과 다른 점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보컬 마술사’가 다음달 10~1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LG아트센터(4만~13만원 02-2005-0114) 무대에 선다. 3년 만의 한국 공연이다. 이번 레퍼토리는 그의 최근작 ‘스피리추얼(spirityouall)’. 흑인 영가를 뜻하는 단어(spritual)에 ‘당신들 모두 영혼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더한 제목이다. 공연을 앞두고 맥퍼린을 e메일로 만났다.

“위대한 바리톤이었던 아버지, 로버트 맥퍼린 시니어(1921~2006)를 기리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피리추얼’ 이야기로 시작했다. 맥퍼린의 부친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초의 흑인 가수였다. “아버지께서는 흑인 노예들이 일하고 기도하며 기뻐하고 투쟁할 때 부르던 영가로만 된 앨범을 녹음하셨어요. 그가 노래하는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아버지의 영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겠다고 결심한 맥퍼린은 여러 해 고민한 끝에 블루스, 포크음악, 블루그래스를 도입했다. 이번에 그가 대동하는 6인조 밴드에는 백그라운드 보컬 매디슨 맥퍼린도 끼어있다. 그의 딸이다. 3대의 영혼이 어우러질 무대다.

맥퍼린의 성공담은 전형적이지 않다. “가족들 모두 가수였으니 다른 길을 가고 싶었던” 그는 27세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어느 날 유타대학교 무용과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귀가하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머릿속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제 목소리 같았고, 가수가 제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날 밤 피아노 바에서 노래를 시작했어요.”

맥퍼린은 “그 일 이후 몇 년간 방에 틀어박혀 노래만 불렀다”고 했다. “악기, 동물, 사람의 억양, 자동차 소리…. 들리는 모든 것을 목소리로 똑같이 따라하려 애썼어요. 여전히 그렇게 연습합니다.”

그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뭘까.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면서 제각각 가장 아름답습니다.”

칙 코리아, 허비 행콕, 요요마와 협연하고 뉴욕 필, 빈 필의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으며 10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가진 그는 여전히 ‘돈트 워리, 비 해피’(1988년)의 창작자 겸 가창자로 많이 기억된다.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다른 곡을 녹음하다 막혔는데, 문득 휘파람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매니저가 듣더니 ‘하던 걸 당장 중단하고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보자’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기쁩니다.”

맥퍼린의 좌우명은 뭘까. 역시, 그거겠지? “‘돈트 워리, 비 해피’? 아니에요. 예술가로서 좌우명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이겁니다. ‘반드시 기쁨을 선사할 것(You must bring joy).’”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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