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을 걱정한 종교, 세속이 걱정한 종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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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문화계 되감아 보기] <4> 다사다난 종교계 맑고 흐림 교차

2014년 종교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등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많았다. 8월 방한 때 사람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최근 송담 스님이 법문한 인천 용화선원의 동안거 결제 법회, NCCK 정기총회(위쪽부터 아래로). 동아일보DB, 불교닷컴·NCCK 제공
2014년 종교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등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많았다. 8월 방한 때 사람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최근 송담 스님이 법문한 인천 용화선원의 동안거 결제 법회, NCCK 정기총회(위쪽부터 아래로). 동아일보DB, 불교닷컴·NCCK 제공
올해 종교계의 분위기를 날씨로 표현하면 가톨릭은 맑음, 불교와 개신교는 매우 흐림이었다. 가톨릭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한 교황 방한과 광화문 시복식의 겹경사를 맞았다. 앞서 2월에는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된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식이 바티칸에서 열렸다.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처음으로 연임됐지만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법인관리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선학원이 조계종과 갈라섰고, 대표적 선승으로 꼽히는 송담 스님은 탈종을 선언했다.

개신교계에서는 대표적 연합단체인 NCCK 총무를 둘러싼 갈등이 치열했다. 일부 보수 교단의 반발로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된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 프란치스코 신드롬

교황의 방한은 가톨릭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비바, 파파’ 신드롬을 낳았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의 한국 방문이었다. 교황은 수십만 명이 몰린 가운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광화문 시복미사를 직접 집전했다.

취임 이후 검소하고 낮은 행보를 이어온 교황은 경차를 타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우리 사회가 좀처럼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리더십이자 충격이었다. 교황은 방한 당시 세월호 유가족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손을 잡아줬고, 한반도의 분단 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밝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바티칸은 1월 당시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을 발표해 방한에 앞서 큰 선물을 주기도 했다. 김수환(1922∼2009),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 추기경의 탄생이었다. 염 추기경은 5월 우리나라 추기경으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 신자공동체의 요청으로 사목 방문하기도 했다.

○ 조계종 이어 태고종도 갈등

총무원장 연임에 성공한 자승 스님은 의욕적으로 2기를 시작했지만 선거 후유증과 마곡사 등 몇몇 교구 본사 주지 선거를 둘러싼 금권 선거 시비, 잊을 만하면 승풍(僧風) 추락 사례가 불거져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종단이 올해 역점 사업으로 시작한 법인 관리법 시행은 같은 뿌리였던 선학원의 분종으로 비화됐다. 선학원 소속 사찰의 재산을 이사회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조계종과 사찰 운영의 자율적 권한을 침해받지 않겠다는 선학원이 강경하게 대립했다. 6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비롯해 현 이사·감사 등 선학원 이사진이 제적원을 종단에 제출하자 조계종은 법진 스님에게 ‘멸빈’ 조치를 내려 사실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9월에는 법보선원 이사장인 송담 스님이 “법보선원의 수행 전통과 조계종의 수행 전통이 맞지 않아 조계종의 승려로서 의무와 권한을 내려놓는다”며 탈종을 선언해 종단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불교계 주요 종단의 하나인 태고종 역시 고질적인 내분으로 총무원장을 둘러싼 소송전이 재연됐다.

○ 분열 속의 개신교

개신교의 갈등과 분열은 올해도 계속됐다. NCCK는 김영주 총무의 연임을 놓고 촉발된 회원교단 간 마찰이 심각했다.

회원 교단들의 분위기는 김 총무의 연임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예장 통합과 루터교회가 이를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김영주 목사에 대한 총무 제청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돼 NCCK 출범 90년 만에 최초로 사회법 분쟁에 휘말렸다. 이 소송은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새로운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한기총은 교회 연합과 보수적 개신교 세력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명분 속에 한국교회연합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프란치스코#조계종#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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