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노순택 씨의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P-XIII050101’(2013년) ② 장지아 씨의 ‘P-트리’(2007년). 안내를 맡은 학예사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기를 꺼렸다. 까닭은 제목에 감춰져 있다. ③ 김신일 씨의 ‘마음, 믿음, 이념’ 설치작품 중 ‘마음’ 일부. 투명 플라스틱 조형물에 시시각각 다른 색의 조명을 비춘다. ④ 구동희 씨의 ‘재생길’. 건축가와 구조전문가가 실물 설계와 설치를 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당황스러운 아름다움.
5일부터 11월 9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4’전은, 짧게 말해 그런 느낌이다. 멀찍이서 바라보면 아름다워 보이지만 몇 발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혹함을 안기는 작품이 적잖다. 그렇기에 흥미롭다.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의 장지아 씨(41) 전시 ‘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는 19세 미만 입장불가다. 문을 열자 곡성(哭聲)인 듯 기이한 노랫가락이 들린다. 가사는 충북 지역 디딜방아 민요에서 가져왔다. 야릇하게 휘날리는 얇은 천 뒤에서 큼지막한 수레바퀴 위에 오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학생 12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밟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노동과 쾌락, 성스러움과 저속함, 아름다움과 지저분함이 등 돌린 듯 은근슬쩍 맞닿은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4일 오후 개막식에 참여한 한 젊은 여성 관객은 장 씨의 작품을 둘러보다가 동행에게 “아 뭐야…. 미쳤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출신인 노순택 씨(43)의 전시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은 아름다움의 역설적 이중성을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응시한다. 무심히 스쳐 볼 때 ‘갈대밭 위로 고즈넉이 걸린 차가운 보름달’인 듯한 이미지는 사실 군사기지 레이더시설이다. 노 씨의 작업은 스스로를 냉정하게 반성하는 시선 덕에 한층 힘을 얻는다. 그는 사진이 가진 ‘프레임의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무수한 왜곡의 가능성을 사진으로 고백한다. 사진 하단마다 해당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손으로 꼭꼭 눌러 적었다
김신일 씨(43)는 관객의 시선 흐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설치 작품을 통해 ‘믿음’ ‘마음’ ‘이념’이라는 세 가지 관념의 이면을 파고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Ready-known)’이라는 표제는 역설적이다. 마음에 대한 우리 속담을 찾아 빽빽하게 도열시킨 텍스트 설치작품. 익숙한 뜻이 틀림없는데도 보기에 낯설다. 가까이 다가가 한눈에 살피려 할수록 텍스트가 흩어져 해독하기 어려워진다. 김 씨는 “관념의 본질을 문자가 조각내 뒤흔드는 현상, 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구동희 씨(40)의 ‘재생길(Way of Replay)’은 롤러코스터 레일을 닮은 100m 길이의 위태로운 구조물을 관객이 밟고 걸으며 체험하도록 한 설치작품이다. 체험은 한 번에 36명으로 제한되며 사고에 대비해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작가상 후보는 외부 심사위원단이 정한다. 미술계 주요 인사 10명으로부터 작가 추천을 받은 뒤 심사위원 5명이 그중 4명을 추려냈다. 심사위원단은 작가들이 개별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기획전을 평가해 9월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박수진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이 작품 선정과 전시 방식을 결정할 수 없어 논란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때문인지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한층 뜨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5000원. 월요일 휴관.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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