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인류의 유산]형형색색 김치, 지혜를 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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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궁중음식연구가 고(故) 황혜성 선생은 “김치 맛은 손끝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김치를 담그는 손맛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손맛은 곧 마음의 맛 아닐까요? 말하지 않아도 그저 통하는 맛, 야박하게 굴지 않고 두루 감싸 안는 맛. 그런 맛 말예요.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있는 국내 도예회사 ‘이도’의 이윤신 대표는 조금은 비장한 김치의 손맛론(論)을 펼칩니다.

“내가 어떤 김치를 얼마만큼 집어서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 이건 결국 내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아니겠어요? 혼자 밥을 먹을 때 왜 김치를 반찬통째 꺼내 놓고 먹나요? 인생이 짧은데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요.”

이 대표는 조리대에서 배추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깍두기, 백김치를 손질해 ‘이도’의 수공예 도자기 그릇에 차례로 담아냈습니다. 손으로 공들여 빚은 그릇에 손맛으로 담근 김치를 정성스레 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니 김치가 한결 귀하게 보입니다.

우리의 김치와 김장문화가 다음 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입니다. 김치와 김장문화가 한국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돼 왔고, 공동체가 지닌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 시대 석학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김치는 단순한 김치가 아니다.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바람개비 모양의 삼태극(三太極)을 먹는 것이며, 삼태극을 먹는다는 것은 우주를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되고 우주는 내가 된다.”

그 신비로운 우주, 김치의 우주로 독자 여러분과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글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촬영협조 이도, CJ제일제당 ‘하선정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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