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집에서 놀다가 싸움이 붙자 웃통부터 벗는 사내, 우물가에서 수다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엉큼하게 엿보는 남정네, 야밤에 밀회하는 남녀를 숨어서 바라보는 한 여인….
올가을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준비한 ‘진경시대 화원’전에 나올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다. 진경시대는 조선 후기 숙종부터 정조까지 사실주의 회화가 발달했던 시기를 일컫는다. 전시를 기획한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조선의 성리학 이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가 출발하면서 사대부 화가인 겸재 정선이 우리 산천과 풍속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에서 진경산수를 개척했다”며 “그로부터 한 세대를 건너 뛰어 왕실 전속 화가들이 이를 계승해 꽃피웠다”고 말했다.
간송 정기전에서 진경시대 화원들만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벽은 진재해를 비롯해 최북 변상벽 김홍도 이인문 신윤복 김득신 등 21명의 80여 점을 통해 그들의 성취를 찬찬히 되돌아볼 계획이다. 혜원과 더불어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 전시의 핵심이다. 단원이 정조를 위해 그린 금강산의 이모저모, 불교에 심취해 남긴 작품들, 만년에 그린 대나무와 소나무 등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