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거짓말 탐지 전문가… 거짓말 엄두 못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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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미디어학부 부부교수 티머시 레빈-박희선의 ‘사랑과 경쟁’

티머시 레빈(왼쪽), 박희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부부가 3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정을 거닐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 초기에는 서로 다른 습관을 맞추느라 조금 싸웠지만 둘 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라 작은 오해가 생기면 꽤 잘 풀기 때문에 이젠 싸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티머시 레빈(왼쪽), 박희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부부가 3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정을 거닐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 초기에는 서로 다른 습관을 맞추느라 조금 싸웠지만 둘 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라 작은 오해가 생기면 꽤 잘 풀기 때문에 이젠 싸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부부가 둘 다 거짓말 탐지 방법을 연구한다. 서로 거짓말을 할 엄두도 못 낸다. 둘 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이론만 빠삭한 게 아니라 실전 커뮤니케이션에도 강해 부부끼리 싸울 일이 거의 없단다. 이 부부는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연구실을 쓴다. 하루 24시간 붙어 다니는 셈이다.

지난 학기부터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로 나란히 임용된 티머시 레빈(51)과 박희선 교수(42) 부부의 이야기다. 고려대에서 두 번째 학기를 맞은 이 부부를 3일 레빈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레빈 교수는 거짓말 탐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박 교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이 주 전공이다. 두 사람은 1996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박 교수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가 2002년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미시간주립대에서 부부 교수로 살아왔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데 서로 경쟁심을 느끼진 않을까. 박 교수는 “사실 고려대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했다”고 했다. 박 교수가 20년간 떠나있던 모국을 그리워하고 레빈 교수도 아내의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던 차에 고려대에서 박 교수에게 임용 지원서를 내보라는 제안을 했다. 서로 떨어져 살기 싫었던 부부는 엉겁결에 교수 자리 하나를 놓고 각각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둘의 실력이 엇비슷해 고심하던 고려대가 결국 둘 다 뽑았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이 학회와 학술지, 책을 통해 발표한 논문을 모두 합치면 500여 편에 이른다.

“서로 경쟁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성공을 즐기기도 합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아내와 사는 게 좋아요.”(레빈 교수)

“남편의 경력이 저보다 10년 많지만 저는 언젠가 남편 논문의 양과 질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어디, 내가 잡히나 두고 보자’고 하지만요.”(박 교수)

2011년에는 부부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전미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는 ‘올해의 논문상’(커뮤니케이션 및 사회인지 분과)을 수상했다. 매년 논문 1편은 부부가 함께 쓴다.

요즘 이들은 미국에서 수행했던 연구 결과가 한국에도 적용되는지 실험하고 있다. 박 교수는 “거짓말을 탐지할 때 조사관이 질문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탐지의 정확도가 달라진다”며 “이를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새롭게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시간주립대에서도 이들의 연구실은 지금처럼 나란히 있었다. 부부가 학교에 부탁한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에 아주 실용적이거든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하는 것보다 벽에 대고 ‘희선! 집에 갑시다!’라고 외치는 게 편해요. 하하.”(레빈 교수)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치켜세웠다. 레빈 교수는 “아내는 서로 다른 학문 분야를 융합해 새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고 했고, 박 교수는 “남편은 방법론과 학문적 증거를 찾는 데 탁월하다”며 협업을 하면 서로의 장점이 배가된다고 했다. 박 교수가 “미안하지만 남편 자랑을 또 한다면…”이라고 말하는 순간, 기자는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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