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명은 원빈, 별명은 부처핸섬” 군종장교 원빈스님의 행복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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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헤드셋을 쓴 모습 때문에 주변에서 ‘텔레토비 같다’는 말을 듣고도 허허 웃기만 하는 원빈 스님. 녹음 중에 포즈를 취한 그는 자신의 법명처럼 “세상을 둥글고 빛나게 하고 싶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머리에 헤드셋을 쓴 모습 때문에 주변에서 ‘텔레토비 같다’는 말을 듣고도 허허 웃기만 하는 원빈 스님. 녹음 중에 포즈를 취한 그는 자신의 법명처럼 “세상을 둥글고 빛나게 하고 싶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왜 ‘그 원빈’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원빈(圓彬·29) 스님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법명을 지녔다. 해나 달처럼 둥글게 빛나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라고 2006년 은사 혜능 스님이 지어준 뜻이 좋았다. 하지만 축구를 하려고 모여 있던 스님 50여 명은 그가 법명을 말하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저도 그때서야 아차 싶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은사 스님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 못하셨답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상대방이 잘 기억하고 한 번 웃고 나면 쉽게 가까워진다는 겁니다. 현빈 스님으로 헷갈려하실 때는 조금 아쉽긴 해요.(웃음)”

최근 ‘같은 하루, 다른 행복’(이지북)을 출간한 원빈 스님을 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2005년 밸런타인데이에 출가한 그는 2010년 군종장교로 임관해 현재 의정부 306보충대 호국관문사 주지로 군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외출이 허용된 이날은 ‘행복의 길’을 주제로 한 15분짜리 팟캐스트 강연을 네 번째로 녹음하는 날이었다.

“젊은 군 장병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이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페이스북과 e메일로 짧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그동안 보냈던 문자와 틈틈이 쓴 짧은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용서, 타고 싶던 BMW 자동차를 제주도에서 빌려 운전하고 반납할 때의 아쉬움 등 스님이 겪은 세상사와 그 느낌을 솔직하게 담았다.

“스님이라고 해서 꼭 종교적인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독서 활성화를 위해 부대에서 휴가증을 걸고 퀴즈대회를 열기도 했더니 다들 수능시험 보는 것처럼 열심이더군요.”

원빈 스님은 2011년 독서 모임 ‘행군스(행복한 군인과 스님)’를 조직해 독서의 중요성을 장병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보통 틱낫한 스님의 책 ‘화’를 선물하지만 불교신자가 아닌 장병에겐 제럴드 G 잼폴스키의 ‘사랑수업’을, 전역을 앞둔 장병에게는 티머시 페리스의 ‘4시간’을 선물하기도 했다.

스님의 별명은 ‘부처핸섬’이다. 강의가 무료해지거나 말문이 막히면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양손을 올리세요)’이라고 외치다보니 이게 장병들에겐 ‘부처핸섬’으로 들려 그렇게 됐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일단 306보충대에 입대한 뒤 길어야 나흘 정도 머물다 신병교육대로 가게 됩니다. 거쳐 가는 곳이기 때문에 더 많은 병사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어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원빈 스님#군종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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