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이홍기 “영화 찍고 변한 건… 저, 철들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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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서 열연한 이홍기
데뷔작서 주인공 맡아 부담 천근만근

이홍기는 “촬영장의 활력소는 ‘밥차’였다”며 “밥차 아저씨의 닭볶음탕과 제육볶음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이홍기는 “촬영장의 활력소는 ‘밥차’였다”며 “밥차 아저씨의 닭볶음탕과 제육볶음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저 떨고 있나요?”

요즘 이홍기(23)가 자주하는 말이다.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가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첫 영화 ‘뜨거운 안녕’(감독 남택수) 때문이다.

언론 시사회 당시 “FT아일랜드의 앨범이 나올 때보다 더 떨린다”고 말한 이홍기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점차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찾아가고 있다. 개봉 전까지 괴롭혔던 부담감도 서서히 떨쳐내고 있다.

“휴∼ 오랜만에 하는 연기라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또 첫 작품에 주인공을 맡아 부담이 더 컸어요. 간혹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보인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에요. 이젠 여유가 좀 생겼어요.”

이홍기는 영화에서 폭행사건에 휘말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 아이돌 스타 충의 역을 맡았다. 트러블 메이커 충의는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시한부 환자들을 만나며 철이 든다. 걱정과 달리 이홍기는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홍기는 모든 공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돌렸다.

“가수활동을 병행한 탓에 일본 스케줄이 많았어요.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임원희 마동석 선배가 기운을 줬어요. (백)진희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주연이었는데 선배 배우들의 도움을 받기만 한 것 같아 죄송해요.”

고생 끝에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 자신과 또래인 아이돌 스타 역할인 데다 호스피스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를 움직인 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훈훈한 영화가 나올 거라는 걸 알았어요.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영화를 촬영하며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기회도 갖게 됐다. 이홍기는 “귀찮고 복잡한 과정을 싫어했다”며 “단번에 큰 걸 얻으려고만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덜 성숙했죠. 과정을 밟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투정만 부렸어요. 노력은 하지 않고 큰 무대에서 노래하기만을 원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통해 하기 싫은 일을 견뎌야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더라고요.”

영화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밴드를 결성한 이후 잠시도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단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혹평과 악성 댓글요? 이제는 익숙해요. 관심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즐기려고 하죠. ‘불후의 명곡’과 ‘라디오 스타’에 나갔을 때도 욕먹을 각오로 출연했어요. 그 사람들의 시선보다 일반 대중이 저를 어떻게 봐주느냐가 더 중요해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특정인이 아닌 대중의 감정이 우선이죠. 제가 출연한 영화를 통해 보통의 관객들이 ‘힐링’을 안고 갔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남자’를 계기로 배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진 이홍기는 좀더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본연의 직업인 음악인으로서의 삶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이홍기는 당분간 FT아일랜드의 멤버로 돌아가 본격적인 해외공연을 시작한다. 6월부터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을 돌며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일본의 소도시 투어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저희를 응원해주는 팬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며 노래하고 싶어요. 또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카멜레온 같은 밴드가 되고 싶어요. 밴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롤 모델’도 되고 싶고요. 하하! 거창하다고요? 꿈은 크게 꿔야죠.”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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