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1960년 나들이 왔던 창경궁 그 자리 서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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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행복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창경궁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이후 오랫동안 ‘창경원’으로 불렸다. 일제는 1909년부터 궁궐의 전각을 허물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했다. 역사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창경원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시골 사람들은 서울에 상경해 창경원 한 번 다녀가는 것이 큰 자랑거리였다. 서울 사람들에게 창경원은 어린이대공원이 생기기 전까지 거의 유일한 가족 놀이공원이었다.

1980년대 들어 창경궁 복원 계획이 세워지고 동물들이 어린이대공원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지면서 창경궁의 옛 모습이 본격적으로 복원됐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게 창경궁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우리 시대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부모님 손에 이끌려 창경원에서 동물원 구경과 가족 나들이를 하곤 했다. 궁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동물원이 있었다. 키가 작아 부모님 목말을 타고 동물들을 보던 기억이며 궁 입구 오른편으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춘당지란 연못에서 작은 보트를 타던 사람들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다.

얼마 전 낡은 앨범 속에서 찾아낸 빛바랜 사진 두 장(단기 4293년, 즉 1960년 촬영)을 스마트폰에 넣었다. 그리고 옛 추억을 더듬어 창경궁을 찾았다. 사진 속의 배경과 자라면서 다녀갔던 기억을 더듬어 옛날의 그 장소들을 찾아냈다.

한 곳은 지금의 식물원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돌탑 부근이다. 돌탑 상단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개조되어 있었지만, 중간과 아래 부분에는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또 한 곳은 아버님과 사진을 찍었던 춘당지다. 옛 사진의 배경에 있던 누각에는 보트 매표소와 매점이 있었는데, 누각은 1984년 춘당지 섬이 복원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연못의 형태는 지금도 변함없이 남아 있고 춘당지 인근은 예나 지금이나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완전히 궁궐의 모습을 되찾은 창경궁, 반세기 후 같은 장소에서 ‘시간여행’을 떠나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과 함께했던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아련한 추억 속에 잠겨 봤다.

이영식 씨(경기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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