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5명중 4명 “문학상 공정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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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 인맥-외부변수 개입” 불신… 35.7%는 “받고 싶은 상 없다”

“골고루 상을 주는 것 같아서 조금 지루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잔칫날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그우먼 박미선은 2011년 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뒤 이런 소감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듬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좋은 취지로 얘기한 건데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박미선의 ‘의도하지 않았던 일침’이 내심 반가웠다.

상은 떡과는 다르다. 나눠 먹으면 그리 맛나지도, 흥겹지도 않다. 문단도 방송계와 비슷하다. 방송계는 연말에 몰아서 상을 준다. 하지만 문단은 사시사철 수상 시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2 문예연감’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문학상만 376개(2011년 기준)이다. 하루 한 명 이상의 문인이 상을 받는 셈이다.

때론 수상자가 돼 상을 받고, 때론 심사위원이 돼 상을 주는 문인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계간 ‘문학의오늘’이 ‘2013년 오늘, 한국의 문학상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특집을 준비하며 문인 70명에게 문학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여름호에 게재될 설문조사 결과를 미리 입수해 소개한다.

‘한국의 문학상 선정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은 13명(18.6%)에 불과했다. ‘공정하지 못하다’가 20명(28.6%), ‘문학상에 따라 다르다’는 37명(52.8%)으로, 문학상 전체 혹은 일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율이 81.4%였다. ‘공정하지 못하다’라고 답한 20명 가운데 8명은 그 이유로 ‘심사위원과 단체의 인맥이 개입된다’, 6명은 ‘작품성이 아닌 외적 상황이 개입한다’를 들었다.

‘가장 받고 싶은 문학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대산문학상(7명), 이상문학상(5명), 미당문학상(4명)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없다’라고 잘라 답한 사람도 25명(35.7%)이나 됐다.

문학상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으로는 ‘문학상을 통폐합하자’ ‘블라인드 심사를 하자’는 말들이 쏟아졌다. 문학상 수를 줄이고, 공정성과 권위를 높이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달라질 게 없다’든가 ‘문학상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비관적인 답변도 나왔다.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묻는 질문(중복 대답 가능)에는 이상문학상(20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대산문학상과 동인문학상(각각 10명), 만해문학상(5명) 순이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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