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m컨테이너 다리 속, 세계 어린이 그림 15만개 ‘까르르’

  • Array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서 선보이는 강익중 작가의 ‘꿈의 다리’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꿈의 다리’를 디자인한 강익중 씨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설치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앞에서 활짝 웃고있다. 지붕이 있는 교량의 실내는 한옥의 구조를 살려 설계됐으며 여러 개의 창을 통해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이정열 씨 제공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꿈의 다리’를 디자인한 강익중 씨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설치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앞에서 활짝 웃고있다. 지붕이 있는 교량의 실내는 한옥의 구조를 살려 설계됐으며 여러 개의 창을 통해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이정열 씨 제공
《 전남 순천시를 가로질러 순천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동천 부근은 온통 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활짝 핀 벚꽃 너머로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다리가 있다. 알록달록한 오방색 유리타일로 만든 한글 패널이 서로 어깨를 겯고 한 몸을 이룬 채 지붕 있는 교량으로 태어난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더러 심각하고, 더러는 웃음도 주는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실현이란 꿈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이다’ ‘텃밭 상추에 옅은 식초를 뿌리면 벌레가 사라진다’ ‘간짜장과 짜장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 등. 글 읽는 재미에 빠져 해찰하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또 다른 별천지다. 가로세로 3인치(7.6cm) 나무판에 세계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그려낸 15만 개의 그림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

이 독특한 교량은 개막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53)가 디자인한 ‘꿈의 다리’.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설계한 180m 길이의 다리는 주 박람회장과 국제습지센터를 연결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 다리는 아시아에선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人道橋)이자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이란 점에서 관람객들에게 현대미술을 접할 새로운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구 설치작품으로 남는 ‘꿈의 다리’를 건너면 중국 프랑스 등 10개국이 나라별로 선보인 전통 정원, 건축가 출신으로 세계적 조경가인 영국의 찰스 젱크스가 6개 인공 언덕과 물로 꾸민 ‘호수 정원’ 등 풍성한 볼거리가 반겨준다. 한국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정원박람회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린다. www.2013expo.or.kr

○ 예술과 기술의 조화

마무리 점검을 위해 지난달 28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현장을 찾은 작가의 얼굴에 피곤함 대신 뿌듯함이 묻어났다. 꼼꼼히 다리 안팎을 살펴본 뒤 말했다.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다. 그림이 사람을 흔들고 연결하고 치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2년의 시간과 약 80억 원이 투입됐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의 디자인에 참여했던 작가에게 교량 설계는 첫 도전이나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다. 남북 화합을 염원하며 2002년 임진강에 설치하려다 좌절된 꿈을 이번에 현실화한 것이다.

다리 구석구석에 예산 절약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공공미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작가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 되더라”고 말했다. 교각 위에 빈 컨테이너 수십 개를 두 줄로 설치한 뒤 실내 곳곳에 작은 창을 내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전통 한옥에서 대청을 통해 마당과 안채가 한 공간으로 만나듯 내부공간을 설계한 점도 돋보인다.

○ 한글과 아이들 꿈의 동행

강익중 씨의 한글 프로젝트로 외벽을 꾸민 ‘꿈의 다리’.
강익중 씨의 한글 프로젝트로 외벽을 꾸민 ‘꿈의 다리’.
다리 외벽엔 그를 대표하는 한글 프로젝트가, 내부엔 어린이 벽화가 설치돼 찰떡궁합을 이룬다. 짤막한 문장들과 서툰 그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가의 정신적 스승인 백남준에 대한 경의를 담아 낡은 TV 모니터를 창틀로 활용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군데군데 설치된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자기 모습을 비춰보기도 하고 산사에 온 듯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지리산에서 녹음해온 새소리에 잠시 귀 기울이는 시간도 소중하다.

이번 박람회가 인간과 자연의 동행을 꿈꾸듯 ‘꿈의 다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태를 이어준다. 전 세계 어린이의 꿈과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하나의 이야기보따리로 엮는 작가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화 중이었다.

순천=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강익중#꿈의 다리#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