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설가가 조명한 죽산의 꿈과 좌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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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평전/이원규 지음/632쪽·2만2000원/한길사

대법원 최종 판결일인 1959년 2월 27일 법정에 앉아있는 죽산 조봉암(왼쪽).한길사 제공
대법원 최종 판결일인 1959년 2월 27일 법정에 앉아있는 죽산 조봉암(왼쪽).한길사 제공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岩·1898∼1959). 조선공산당 창당의 주역이며 광복 후에는 우익으로 전향해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인물. 이승만에 의해 장관이 됐지만 결국 이승만에 의해 제거된 비운의 정치인이다. ‘약산 김원봉 평전’ ‘김산 평전’을 선보였던 저자는 2년 반의 자료조사, 3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600쪽 넘는 분량으로 죽산의 생애를 실감나게 조명했다.

죽산은 1952년, 1956년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 나섰다가 이승만에게 패배한다. 이승만의 정적으로 떠오른 죽산은 1958년 1월 진보당 전 간부가 북한의 간첩과 내통하고 북한의 통일방안을 주장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다. 1심에서는 5년 형을, 2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2심 판결 사흘 뒤인 10월 28일 이승만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봉암 1심 판결은 말도 안 된다. 그때에 판사를 처단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해서 중지했다. 같은 법을 갖고도 한 나라 사람이 판이한 판결을 내리게 되면 국민이 이해가 안 갈 것이며 나부터도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사법권 독립이 요원했던 시절. ‘정치재판’의 희생자인 죽산은 1959년 2월 대법원에서 간첩죄 등이 인정돼 사형이 확정된다. 죽산은 당시 유일하게 접근이 허용됐던 김춘봉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판결은 잘됐어요.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 이념이 다른 사람이 서로 대립할 때는 한쪽이 없어져야 승리가 있는 거고 그럼으로써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거지요.”

선고 5개월 후 사형이 집행됐다. 50년 넘게 흐른 2011년 1월, 대법원이 재심을 열어 죽산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를 잊은 뒤였다. 저자는 죽산의 딸인 조호정 여사를 비롯한 관계자 인터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항일유적지 답사, 각종 학술·언론 자료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죽산을 살려냈다. 소설가인 저자는 미려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를 덧붙였다. 딱딱한 보통 평전들과 달리 편하게 읽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죽산 조봉암#조봉암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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