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Culture]연극 ‘광해’서 두 역할 맡은 배수빈 “광해는 우울… 하선은 유쾌… 정신이 번쩍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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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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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은 “영화 속 이병헌의 연기와 연극 속 나의 연기는 표현방식이 다르다”며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수빈은 “영화 속 이병헌의 연기와 연극 속 나의 연기는 표현방식이 다르다”며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저 노숙인 같나요? 하하.”

턱수염이 가득한 얼굴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카페 구석에 앉아 있는 배수빈(37)을 만났다.

“이렇게 있으니 꼭…”이라고 첫인상을 이야기하려 하자 그는 “노숙인 같지 않느냐”며 “이제 그런 시선이 익숙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수빈은 지난달 막을 올린 연극 ‘광해’에서 광해·하선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역할을 위해 수염을 길렀어요. 분장 시간이 줄고 표정연기도 자유로워 연극이 끝날 때까지 이 모습으로 지낼 생각입니다.”

연극 무대는 2010년 ‘이상 12月 12日’ 출연 후 2년여 만이다. 그는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다’고 느낄 때쯤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연극은 내게 내재된 에너지를 새롭게 끌어내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연극 ‘광해’는 국내에서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무대에서 재해석한 작품. 큰 줄거리는 영화와 같다. 배수빈은 “영화 제작 전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스토리에서 엄청난 흡입력을 느껴 당연히 흥행에 성공할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시원한 성격만큼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하기에는 제가 모자라지 않나요? 소화 가능 여부를 떠나 대중이 원하는 배우가 있어요. 이병헌 선배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잖아요.(웃음)”

그렇다면 이병헌의 ‘광해’와 배수빈의 ‘광해’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캐릭터와 상황이 좀더 극적으로 묘사돼요. 결말도 더 비극적이고요. 또 연극이다 보니 신나는 퍼포먼스와 관객들과 호흡하는 현장성이 더해지죠.”

영화와 마찬가지로 배수빈은 극 중 1인 2역이다.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광해와 하선을 번갈아 연기한다.

“시간차 없이 두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정신분열증에 걸릴 것 같아요. 상황도 극단적이어서 웃다가 화를 내고 갑자기 울기도 하죠. 광해를 연기할 때는 실제로 우울해요.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잖아요.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라도 한이 서렸을 거예요. 반면 하선은 편하고 유쾌한 인생이죠. 두 캐릭터가 진정성 있게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배수빈은 광해와 하선의 삶에 연민을 표했지만, 자신의 삶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저는 정말 행복해요. 지금처럼 주스를 마시는 것도 행복하고, 연극을 감당할 체력이 되는 것도 감사하고요. 특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요즘이 그런 시기죠.”

그의 나이 서른일곱.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는 물음에 “해야 하는데…. 해야죠. 하겠죠. 할 거예요”라며 의지가 보이지 않는 대답을 한다. 이병헌을 예로 들며 “이민정 씨 정말 예쁜데 부럽지 않으냐”고 물으니 “낚으려 하지 마세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배수빈의 꿈은 ‘평생 배우’다.

“사실 다른 건 할 게 없어요(웃음).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같아 항상 설레고 좋아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평생 배우로 살 거예요. 좋은 작품에서 진실한 연기를 하는 좋은 배우로요.”

원수연 동아닷컴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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