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미술운동서 팝아트까지 일본 현대미술 40년 꿰뚫는다

  • 동아일보

서울대미술관 ‘Re:Quest’전

피겨 인형과 거울로 일장기를 표현한 야나기 유키노리의 ‘만세 코너’(1991년).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피겨 인형과 거울로 일장기를 표현한 야나기 유키노리의 ‘만세 코너’(1991년).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Re: Quest’전은 1970년대 이후 일본 현대미술이 걸어온 발자취를 압축적으로 소개한 자리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 기획한 전시로서 1920년대 태어난 거장부터 1970년대생 작가까지 53명의 대표작 112점을 통해 40년간의 궤적을 한눈에 살펴보게 했다.

전시는 일본 미술의 다양한 전개 양상을 6개 테마로 정리했다. 1970년대 일본에서 태동한 미술운동 ‘모노하(物派)’의 대표작가 다카마쓰 지로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한국 출신 이우환 등의 작품을 비롯해 1980년대 모더니즘과 그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던적인 작품들, 1990년대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와 소비사회를 수용한 팝아트 등을 일본 현대미술의 특징적 경향으로 꼽았다.

모노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질에 개입하는 과정을 자제하고 자연과 인위적 요소의 만남에 의해 일어나는 상황과 과정을 제시하는 스타일을 뜻한다. 이를 조명한 ‘우선 확실성의 세계를 버려라’ 섹션은 1960년대 서구에서 전개된 미니멀리즘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차이점을 드러내는 모노하의 핵심 작가들을 망라해 눈길을 끈다.

자연재해와 테러 등이 빈발하는 1990년대 이후 불확실한 시대의 삶을 개성적으로 표현한 작가들을 선보인 섹션도 알차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의 단독작가로 선정된 다나카 고키, 드로잉 자수 영상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아오키 료코와 이토 존 부부 등 일본 현대미술이 주목하는 작가들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학구적 측면에 방점을 두고 있으나 대중 친화적 작품도 볼 수 있다. 구사마 야요이, 아라키 노부요시,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다카시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일장기처럼 일본을 상징하는 기호와 심벌로 ‘국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 야나기 유키노리, 최근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이다 마코토 등 중견의 작품도 주목된다.

마쓰모토 도루(도쿄국립근대미술관 부관장), 하이토 마사히코(아이치 트리엔날레 2013 큐레이터), 가미야 유키에(히로시마 현대미술관 학예담당과장), 서울대 오진이 학예연구사 등 양국 큐레이터 4명이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시를 꾸몄다. 일본 미술과 동시대 세계 미술의 관계성, 미술사의 큰 맥락에서 한국 미술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4월 14일까지. 2000∼3000원. 02-880-950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Re: Quest#일본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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