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음악시장 ‘48’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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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48의 음반 표지. 한가운데에 자리할 멤버도 팬 투표로 가린다.
AKB48의 음반 표지. 한가운데에 자리할 멤버도 팬 투표로 가린다.
“‘포티에이트(48)의 힘. 지금 일본 음악 시장을 설명하는 한마디를 찾는다면 그거예요.”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현지 음반사 관계자의 말에 “AKB48(에이케이비 포티에이트)? 나도 안다”고 하자 그는 “절반만 맞는 얘기”라고 했다.

2006년 데뷔한 일본 여성그룹 AKB48는 일본 음악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존재’로 통한다. 데뷔한 지 7년이 지났지만 AKB48는 여전히 일본 음악시장의 꼭대기에 있고 그들 이야기는 여전히 열도를 달구고 있었다. ‘48’은 당초 멤버 수를 뜻했지만 이제 이들의 상징이 됐다.

시부야 역 앞 스크램블 건널목의 대형 전광판에는 가사이 도모미(河西智美)의 얼굴이 달처럼 떠있었다. AKB48의 멤버였다가 최근 솔로 가수로 전향한 그는 얼마 전 화보집 하나를 냈다가 일본 경시청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남자아이가 두 손으로 가사이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사진을 낸 출판사 고단샤가 ‘아동 포르노 제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 현 멤버인 가시와기 유키는 여성잡지 화보 촬영에 속옷 차림으로 임해 일본 남심(男心)을 흔들었다. 일본 연예 매체들은 연일 AKB48를 조명하고 비틀기 바빴다.

AKB48는 동서고금에 전무한 독특한 마케팅으로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 ‘당신도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하며 도쿄 아키하바라에 전용 극장을 만들고 멤버들의 공연을 마련했다. AKB는 ‘아키하바라’의 영문 약자다. 내놓는 싱글 앨범마다 히트를 기록하며 멤버 한 명 한 명의 팬덤이 늘어나자 소속사는 기막힌 전략을 내놨다. 싱글 앨범마다 ‘투표권’을 동봉한 것. 멤버들의 인기투표로 차기 활동 핵심 멤버를 뽑는다고 했더니 ‘삼촌 팬’들이 앞다퉈 한 장 살 CD를 몇장, 몇십 장, 많게는 몇백 장씩 사기 시작했다. 오리콘 차트 1위 등극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포티에이트의 힘’을 설명하던 현지 음반사 관계자는 ‘48’란 숫자의 지독함에 대해 더 설명했다. 지역과 콘셉트별로 수많은 ‘포티에이트’가 열도 전역을 지배하고 있다며. 나고야의 SKE(사카에)48, 오사카의 NMB(남바)48, 후쿠오카의 HKT(하카타)48…. 최근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대만의 타이베이(TPE4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KT48), 중국 상하이(SNH48)…. “‘성인돌’을 내세운 SDN48를 잊었군요. AKB48는 매년 한 차례 부도칸에서 멤버 순위를 발표하는 ‘총선거’를 열어요. 눈물범벅이 되는 그 이벤트는 지상파 TV로 생중계되죠. 올해는 어떻게 하려나….”

야가와 다쓰로 타워레코드 홍보실장은 “AKB48처럼 기발한 마케팅은 일본 시장에서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CD에 악수회 참가권을 동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들(AKB48)을 능가할 획기적인 마케팅은 업계에서도 아직 ‘발명’해내지 못한 것 같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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