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워쇼스키 두 감독 “배두나는 기적의 배우… 1인 3역 완벽 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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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으로 형제에서 남매로… 워쇼스키 두 감독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차 내한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라나(47)와 앤디 워쇼스키(45) ‘남매’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13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간담회에 독일 감독 톰 티크베어(47), 배우 배두나(33)와 짐 스터게스(34)와 함께 참석했다.

워쇼스키 형제의 래리는 몇 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름도 라나로 바꿨다. 올해 7월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 루머가 아닌 사실”이라고 처음 공식적으로 밝혔고, 한 인권 캠페인 자리에서 “수술 전 자살을 기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성전환 수술이 영화 작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앤디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라나는 래리였을 때와 똑같은 성격과 내면을 가진 사람이고 단지 외모가 ‘라나의 내면에 더 맞게’ 바뀌었을 뿐이다. 형제로서나 남매로서나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운 동료”라고 덧붙였다.

라나 워쇼스키는 몸매가 드러나는 회색 옷차림으로 입장했다. 강렬한 분홍빛 헤어스타일이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고 말하자 그는 합장하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성 전환 뒤에도 ‘남성’ 시절의 부인과 함께 살며 이번 방한에도 그와 동행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9세기부터 2321년의 미래까지 500년의 시공간에 걸쳐 여섯 개의 스토리로 구성한 SF 영화. 배두나가 톰 행크스와 휴 그랜트, 수잔 서랜던과 함께 1인 3역으로 비중 있게 등장한다. 행크스가 1인 6역을 소화하고, 벤 위쇼와 휴고 위빙은 여장을 하고, 핼리 베리는 남장으로 출연한다.

라나는 “이번 작품에 성별과 인종을 바꾼 모습으로 출연하는 배우가 많다”며 “동양 배우가 서양인의 감정을 연기하는 데 겉모습이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왼쪽)은 “배두나는 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성숙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블루미지 제공
라나 워쇼스키 감독(왼쪽)은 “배두나는 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성숙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블루미지 제공
배두나는 214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에서 클론 ‘손미’ 역을 맡고 멕시칸 여성과 서양인 틸다 역까지 소화했다. 앤디 감독은 “기적의 배우이자 국보급 배우”라고 그를 칭찬했다. 상대역인 한국인 남성 혜주 역을 맡은 배우 짐 스터게스도 “미래의 한국인으로 살아봐서 한국에 애정을 느낀다. 배두나가 영어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말했다.

티크베어 감독은 극 중 한글이 등장하고 2144년의 배경으로 서울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소비사회와 이기주의, 물질문명으로 멸망 후의 세계 속 중심지로 그려진 서울로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은 독일에서 했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은 동서양의 신화와 동양 문화, 불교 등에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아내가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직접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다. 다음 생에는 예술가로 사랑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라나) “윤회 개념에 익숙하다. 전생에 나는 메릴린 먼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웃음)”(앤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클라우드 아틀라스#배두나#워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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