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 떴던 1990년대 아이돌들, 화려한 시절은 가고 빛바랜 추억만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오빠야 누나야, 지금은 뭐하니?

“○○○○ 그룹요? 너무 커버려서…. 멤버들, 컨트롤이 안 됩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종종 이런 탄식을 들을 수 있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인기와 한류 열풍에 따라 국내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콧대도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1990년대 아이돌들은 “너희들도 한때”라고 말하곤 한다.

한물간 자신들의 모습에 대한 한탄일까. 단지 시샘일까, 사실일까. 최근 90년대 아이돌 가수들이 잇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의 재기를 돕는 오디션 프로그램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KBS2)도 방영 중이다. 90년대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는 콘서트도 열린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빅뱅, 2PM에 못지않은 팬덤(특정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문화현상)을 몰고 다녔던 90년대 아이돌 37개 그룹(멤버 130명)의 2000년대, 즉 ‘아이돌 이후의 삶’을 취재했다.

○ 대부분 가수생활 접거나 전업

동아일보 대중문화팀은 2000년대 들어서의 활동 상황, 앨범 발매 수와 인기, 방송과 연예계 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해 90년대 아이돌 가수의 현재를 △제2의 전성기 △무늬만 가수 △다른 직종으로 전업 △활동 중단 △연예계 퇴출 △사망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90년대의 인기와 명성을 이어간 경우는 9.9%(13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단 1명꼴로 아이돌 시절 못지않은 활약을 보인 셈이다. 핑클 출신의 이효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솔로 가수와 MC 활동으로 2000년대 ‘섹시 퀸’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핑클 시절을 능가하는 활동을 펼쳤다. 윤은혜(베이비복스) 정려원(샤크라) 에릭(신화) 옥주현(핑클) 등도 연기자로 성공했다.

반면 화려했던 아이돌 시기가 지난 후 솔로로 데뷔하거나 재결성 앨범을 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경우는 20.9%(27명)에 달했다. ‘이별공식’ 등으로 90년대 큰 인기를 얻은 Ref도 지난달 새 앨범을 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구피’ ‘NRG’ ‘영턱스클럽’ 등도 재결성 앨범을 냈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조사대상 아이돌 그룹 멤버의 30.2%(39명)는 연예계 활동을 아예 중단했다.

연기자와 예능프로그램 패널 등으로 전업한 경우도 31.7%(41명)였다. 2000년대에도 앨범을 냈지만 가수보다 다른 활동이 더 활발한 경우 ‘전업’으로 분류했다. 아이돌 이후 독특한 직업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

‘원타임’ 출신 오진환은 일본 카레점을, ‘티티마’의 강세미는 쇼핑몰을 운영했다. 영턱스클럽 송진아는 현대미디어 마케팅PD로 근무하고 있다. 고영욱(룰라) 김지훈(투투) 한현정(클레오) 등 8명(5.4%)은 대마초 등 각종 사건에 연루돼 잠적하거나 연예계에서 퇴출된 상태다. 김성재(듀스)와 김환성(NRG)은 사망했다.

○ 요즘 아이돌 ‘기획형이지만 잘 관리’

현재 인기 아이돌들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90년대 초반까지는 젊은 가수도 탄탄한 음악적 경쟁력을 갖고 데뷔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마케팅을 염두에 둔 ‘기획형’ 아이돌이 대부분”이라며 “자신만의 음악성과 스타일이 없다 보니 쉽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요즘 아이돌 가수는 장기간의 트레이닝으로 가창력과 댄스 등 기본기가 90년대 아이돌보다 월등한 데다 기획사들도 노하우가 생겨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90년대 아이돌은 3, 4년이면 사라졌지만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2000년대 아이돌은 7, 8년째 활동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아이돌의 이미지와 신비감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매니지먼트 전략이 뛰어나다. 90년대 아이돌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어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복고열풍 새물결…‘7080’ 가고 ‘90년대’ 온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아이돌#추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