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10> 중저가서 명품까지 컬래버레이션… 패션 아이템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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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이 유명 패션 브랜드 또는 패션피플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랑방과 함께한 주요 컬렉션과 일본 보그의 패션디렉터 안나 델로 루소와 함께 작업한 액세서리. 소니아리키엘과 함게 한 컬렉션(왼쪽부터 시계방향). 조엘 킴벡 씨 제공
H&M이 유명 패션 브랜드 또는 패션피플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랑방과 함께한 주요 컬렉션과 일본 보그의 패션디렉터 안나 델로 루소와 함께 작업한 액세서리. 소니아리키엘과 함게 한 컬렉션(왼쪽부터 시계방향). 조엘 킴벡 씨 제공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단어 뜻 그대로 해석하면 ‘협력’이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적으로 ‘협업’ 또는 ‘합작’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한 공동 작업이 아니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양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어렵고도 숭고한 과정이다.

몇몇 선구자적 기업과 브랜드가 이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하고, 새로운 고객군을 만나기도 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들을 롤모델 삼아 컬래버레이션을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었다.

마케팅적 용어인 컬래버레이션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친숙한 단어가 된 것은 패션 브랜드들 덕분이다. 최근 패션계의 대세가 바로 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접근도가 높은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나 중저가 브랜드들이 이 전략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사실 패션계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의 ‘원조’는 소위 명품 브랜드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1990년대 들어 런웨이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던 디자이너들은 당시, 기존 브랜드와 공동 작업을 해 몇 가지 아이템을 개발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서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개념이 정확히 정착되지 않아 두 브랜드가 하나의 아이템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더블 네임’ 브랜드로도 불렸다. 이 신선한 시도가 고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며 결국 주류급 마케팅 기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 디자이너들이 컬래버레이션으로 큰 재미를 봤다.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와 함께 브랜드 ‘콤 데 가르송’을 이끄는 디자이너 준야 와타나베가 그중 하나다. 준야 와타나베는 디자이너 브랜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 브랜드와도 과감히 합작을 시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작업복 브랜드 ‘카하트’, 피케셔츠로 유명한 ‘라코스테’, 수영복 전문 브랜드 ‘스피도’, 신발 브랜드 ‘나이키’ ‘컨버스’ ‘뉴발란스’까지…. 자신의 영역과 특성이 분명한 브랜드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그는 희소가치가 높은 한정판 제품들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이 제품들은 매 시즌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콤 데 가르송’이 루이뷔통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핸드백과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카를 라거펠트 포 임펄스’ 티셔츠. 조엘 킴벡 씨 제공
‘콤 데 가르송’이 루이뷔통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핸드백과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카를 라거펠트 포 임펄스’ 티셔츠. 조엘 킴벡 씨 제공
컬래버레이션은 ‘콤 데 가르송’을 규정짓는 특성 중 하나로까지 자리 잡으며 이후 루이뷔통과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됐다. 또 2008년에는 스웨덴 SPA 브랜드 H&M과도 협업하면서 명실상부하게 컬래버레이션의 ‘그랜드 슬램’(가두 상권에서 강한 리테일 브랜드, 명품 브랜드, SPA 브랜드)을 달성했다는 말도 듣게 됐다.

사실 컬래버레이션 전략이 좀 흔해진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는 협업 빈도를 다소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컬래버레이션의 열기는 중저가 리테일 브랜드, SPA 브랜드에 이어 백화점 자체상표(PB) 제품으로까지 옮겨가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H&M은 올해 초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와 협업한 데 이어 10월에는 패션계의 거물이자 현재 일본 보그의 패션 디렉터인 안나 델로 루소와 컬래버레이션 액세서리를 내놓는다. 11월경에는 마르틴 마르지엘라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어 패션피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M을 비롯해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와도 컬래버레이션을 한 바 있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는 명품 인터넷 쇼핑몰의 최강자 ‘네타포르테’와도 협업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공동 작업은 ‘KARL’이라는 이름의 라인으로 탄생했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패션 아이템은 두 브랜드의 장점이 최적의 조합으로 재탄생한 제품들이다. 올가을, 당신의 옷장을 위해서도 이런 ‘검증된’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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