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시인 윤동주’를 향한 갈증 기립박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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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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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고뇌에 초점을 둔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왼쪽부터 송몽규역의 김형기, 윤동주 역의 박영수, 강처중 역의 이시후. 서울예술단 제공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고뇌에 초점을 둔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왼쪽부터 송몽규역의 김형기, 윤동주 역의 박영수, 강처중 역의 이시후. 서울예술단 제공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삶을 다룬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권호성 연출)가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았다. 10∼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5회 공연을 했는데 매회 4층 객석까지 관객이 찼고 10, 11일 저녁 공연은 매진이었다.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11일 낮 공연 커튼콜 때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 씨가 등장하자 1층 관객의 3분의 1 정도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작품에 대한 호응은 윤동주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하는 대표작 ‘서시(序詩)’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로 꼽히는데도 시인의 삶을 조명한 이렇다할 문화상품이 없었던 데 대한 반작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극의 전개는 회고 형식이라는 정형화된 극 문법을 따른다. 1943년 7월 독립운동을 한 죄로 붙잡힌 유학생 윤동주가 일본 시모가모 경찰서에서 일본인 취조관에게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1, 2막으로 이뤄진 이 공연이 다루는 윤동주의 삶은 그가 연희전문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일본으로 유학 와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할 때까지다. 이선화(김혜원)라는 가상의 여인을 등장시킨 것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윤동주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책인 듯하다. 이선화는 윤동주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서로 사랑하게 된 여성으로 ‘식민지 시대에 시를 써야 하나’ 윤동주가 고뇌할 때마다 편지글이나 그의 상상 속에서 ‘계속 시를 써라’라고 변함없이 지지하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선화를 ‘사랑의 전당’과 ‘눈오는 지도’ 같은 윤동주 연시에 등장하는 순이(順伊)와 연계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윤동주와 평생을 같이한 사촌 송몽규(김형기)와의 우애를 부각한 점은 좋았지만 둘의 차이점을 극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목과 극에서 부각한 윤동주의 시 ‘달을 쏘다’에 담긴 저항성과 작품 전반에서 희생양처럼 묘사된 윤동주의 이미지도 불협화음을 빚었다.

대신 뮤지컬 ‘영웅’에서 호흡을 맞췄던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가 이번 작품에서 다시 손잡고 만든 ‘시를 쓴다는 것’과 ‘달을 쏘다’와 같은 서정적 노래들은 귀를 사로잡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공연 리뷰#연극#윤동주 달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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