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8>“아류로는 더이상 안 통해” 세컨드 브랜드의 독립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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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오리지널 라인과 차별화된 세컨드 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알렉산더 왕의 세컨드 브랜드 ‘T 바이 알렉산더 왕’. 조엘 킴벡 씨 제공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오리지널 라인과 차별화된 세컨드 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알렉산더 왕의 세컨드 브랜드 ‘T 바이 알렉산더 왕’. 조엘 킴벡 씨 제공
지난해 9월 밀라노의 컬렉션 기간, 전 세계에서 몰려온 ‘패션 피플’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소식이 전해졌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동생 격인 세컨드 브랜드 D&G를 정리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남성 디자이너 듀오인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이끌며 메인 브랜드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던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주요 백화점에 입점했고, 시계 향수 선글라스 등의 라이선스 라인까지 갖춘 메가 브랜드의 철수는 그 여파가 적지 않을 듯했다.

돌체앤가바나가 ‘D&G가 돌체앤가바나와 다시 함께하게 돼 행복하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알린 D&G의 철수 안내문.
돌체앤가바나가 ‘D&G가 돌체앤가바나와 다시 함께하게 돼 행복하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알린 D&G의 철수 안내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체앤가바나’가 D&G의 철수를 단행한 데는 최근 이슈가 되는 유럽 경제 위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린 이탈리아의 경기 침체로 운영사도 위기를 겪게 됐다. “샤넬처럼 단일화된 브랜드로 멋지게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 두 디자이너의 공식적 입장이지만 1세대 세컨드 브랜드의 상징이 이렇게 사라진다는 사실은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한때 패션계에서 ‘세컨드 브랜드’의 열풍은 대단했다. 시그니처 브랜드(Signature Brand)라고 불리는 메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어 받으면서도 더 새롭고, 색다른 영감들이 더해진 컬렉션. 그러면서도 가격은 다소 낮게 책정돼 소비자 층도 넓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다양한 세컨드 브랜드가 론칭됐다.

‘조르조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를 비롯해 ‘도나 캐런’의 DKNY, ‘캘빈 클라인’의 CK, ‘프라다’의 ‘미우미우’, ‘로베르토 카발리’의 ‘저스트 카발리’ 등이 바로 세컨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뉴 밀레니엄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달라졌다. ‘대중적 접근성’보다는 희소성과 최고급 품질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왕 럭셔리 아이템을 산다면, 최상급 아이템을 사자”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세컨드 브랜드=아류’라는 인식도 팽배해졌다. 그 와중에 메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면서 성공한 예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많은 브랜드가 자연 도태됐다.

하지만 최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성과에 힘입어 ‘세컨드 브랜드의 저주’는 조금씩 풀려나고 있다.

과감한 색상으로 인기가 높은 데릭 램의 ‘10 Crosby’.
과감한 색상으로 인기가 높은 데릭 램의 ‘10 Crosby’.
‘알렉산더 왕’의 ‘T’라인은 저지 소재만으로 구현되는 심플한 디자인에 주력해 엄청난 팬을 확보했다. ‘데릭 램’의 ‘10 Crosby’는 실용적 디자인에 과감한 색감을 결합해 반응이 뜨겁다. ‘타쿤’의 ‘+hakoon’은 메인 라인과 차별화된 귀여운 프린트와 색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한국계 디자이너인 ‘두리 정’은 ‘under.ligne’을 통해 절제된 모노톤에 심플한 스타일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편 디자이너 스콧 스턴버그가 이끄는 ‘밴드오브아웃사이더스’의 경우도, 메인 라인인 남성복 라인 이외에 ‘Boy.’와 ‘Girl.’이라는 2개의 여성복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로급 디자이너인 도나 캐런과 캘빈 클라인도 각각 DKNY, CK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요즘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세컨드 브랜드는 그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전 세대가 세컨드 브랜드에 메인 라인의 ‘저렴한 버전’ 또는 메인 브랜드가 전개하기 어려운 라이선스 사업의 대리자 역할을 하게 했다면 젊은 뉴욕 디자이너들은 또 다른 신규 브랜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스콧 스턴버그는 “‘Boy.’와 ‘Girl.’은 독자적인 콘셉트로 만들어져 먼저 론칭한 남성복 라인인 ‘밴드오브아웃사이더스’의 세컨드 브랜드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 시대의 세컨드 브랜드는 ‘병렬구조’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기존의 메인 브랜드가 잘되어야 세컨드 브랜드도 만든다’는 식의 종속적 구조가 아니라 메인 브랜드와 세컨드 브랜드가 함께 발전해 나가는 민주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세컨드 브랜드의 미래는 어떨지 정말 궁금해진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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