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억 ‘가족거래’ 눈감은 국세청…엉뚱한 기업·개인 세무조사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7일 15시 37분


가족간 무이자 거래 22건, 증여추정 않고 양도로 인정
사무장병원 등 과세자료 방치…부가세 267억 징수못해

국세청이 가족 간 ‘무이자 거래’를 사실상 방치하고, 불법 의료기관 과세자료까지 활용하지 못해 수백억 원대 세금을 걷지 못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7일 나왔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기초 데이터 누락과 지침 위반이 반복되며 과세 행정 전반의 공정성과 실효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명백한 대가 지급이 없을 경우 증여로 추정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부채사후관리시스템에 입력된 10억 원 이상 특수관계인 간 주식·부동산 양도거래 25건을 표본 점검한 결과, 이 중 22건이 증여추정 대상임에도 양도 거래로 인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약금 일부만 지급하고 잔금 대부분을 무이자 대여로 처리한 사실상 증여 구조였다. 22건의 거래금액은 817억 원에 달했다.

이들 거래 중 일부는 매매대금 중 계약금 약 10%만 지급하고, 나머지 90%는 4년째 무이자로 빌려준 구조였다. 담보 설정도 없어 일반적인 경제 거래로 보기 어렵지만, 국세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감사원은 “통상적·경제적 합리성이 없어 진정성이 의심되는 거래”라며 양도를 가장한 ‘변칙적 증여’ 가능성을 지적했다.

불법 의료기관 과세에서도 구조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현행법상 의료인의 의료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이지만,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경우는 면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2020년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무장 병원’ 등 의료법·약사법 위반(명의대여) 의료기관 명단을 매년 받아왔지만, 이를 지방청에 시달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했다.

그 결과 유죄가 확정된 105개 기관은 그대로 방치되면서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나 부가세 267억 원을 징수하지 못했다. 또 유죄가 확정된 64개 기관은 과세자료 전달이 지연되면서 부가세 310억 원도 징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죄 확정 이전에 시효가 끝난 사례(36억 원)까지 포함하면 부가세 부족 징수 규모는 총 613억 원에 달한다.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에 대한 사후관리도 미흡했다. 국세청은 관리 대상 111만 건 가운데 연간 점검을 약 1%만 실시하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 점검되지 않은 부채가 방치되면서 세금 누락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채권자 이자소득 신고 여부와 채무자의 이자 미지급분에 대한 증여세 신고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소득세·증여세 55억 원, 상속세 17억 원 등 총 72억 원이 과세되지 않았다. 특히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한 1억 원 이상 장기 부채 1252건 중 312건은 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지방청의 형식적인 ‘만기 연장’ 처리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됐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기본적인 오류가 반복됐다. 국세청은 법인 성실도 평가 과정에서 일부 항목 점수를 누락해 120개 법인이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개인사업자 조사에서도 탈루 가능성이 큰 순으로 선정해야 함에도 단순 명단 순으로 선정하거나 임의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제외되거나, 반대로 부당하게 포함된 사례도 있었다. 동명이인 여부나 조사 이력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 세원 관리 전반에서 공정성과 실효성이 훼손됐다”며 국세청에 증여추정 재검토, 부채 사후관리 강화, 과세자료 활용 체계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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