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없애고 책으로 꾸며진 게스트 하우스 지지향의 1층 로비. 기둥형 서가에 꽂힌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 내 유일한 숙박시설인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에는 대부분의 숙박시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한 가지가 없다. TV다. 그 대신 1층 로비와 2∼5층 79개 객실, 그리고 5층 복도를 가득 채운 게 있다. 책이다.
책과 함께하는 이곳을 16일 찾았다. ‘종이의 고향’이란 뜻으로 2007년 4월 완공된 지지향의 로비에는 TV 대신 12칸 높이의 기다란 기둥 모양 책장들에 300여 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객실에도 30여 권씩이 비치돼 있다. 꼭대기인 5층 복도에도 200여 권의 책이 꽂힌 서가가 있다. 100여 개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이 모두 3000여 권이다.
투숙객들은 이 책들을 무료로 맘껏 읽을 수 있다. 로비나 자신의 객실에 없는 책이라도 목록에 있는 책이면 투숙기간에 무료로 대여할 수도 있다.
TV를 없애고 이를 책으로 대신하자는 아이디어는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내놓았다. 지지향에 묵는 동안 진정한 사유와 묵상의 시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특정 작가의 책들로만 꾸민 ‘작가의 방’도 만들고 있다. 박완서의 방(508호)과 함석헌의 방(501호)에는 작가 소개 글과 함께 사진과 유품도 전시했다. 박완서의 방은 ‘박완서 소설전집’을 출판한 세계사가 40여 권을 기증했고, 문학동네와 창비 등의 출판사도 참여했다. 1979년 ‘문학사상’에 발표된 소설 ‘엄마의 말뚝’의 친필 원고 일부도 전시하고 있다. 함석헌의 방은 함석헌 저작집을 출간한 한길사가 60여 권을 지원했다. 이청준, 박경리 씨 등의 테마 방도 5층에 꾸밀 예정이다. 외국인들과 가족 단위의 투숙객들을 위해 원서와 아동 책도 늘리겠다고 지지향 측은 밝혔다. 1박 숙박료는 ‘작가의 방’과 일반 객실 모두 13만2000∼15만4000원. 031-955-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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