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홀로… 무대를 꽉 채운 한국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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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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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춤 ‘명작명무전’ ★★★★☆

85세 고령에도 우아한 부채춤을 보여준 김백봉 씨. 사진작가 한용훈 씨 제공
85세 고령에도 우아한 부채춤을 보여준 김백봉 씨. 사진작가 한용훈 씨 제공
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의 ‘명작명무전’ 무대는 오른쪽에 연주자 10여 명만 자리를 잡았을 뿐 세트도 무대장치도 없었다. 첫 순서에 춤타래 무용단원 12명이 ‘화관무’를 화려한 군무로 펼쳤을 뿐 나머지 순서는 각기 한 명씩의 춤꾼이 무대를 책임졌다. 하지만 텅 빈 무대는 오히려 이 공연의 출연자들이 왜 한국 춤의 거장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줬다. 한 명이지만 무대를 꽉 채운 느낌,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전통 춤판의 마당발인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어렵사리 한국 춤의 대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재 한국 춤의 계보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삼각형 꼭대기에 있을 이매방 김백봉 씨를 비롯해 조흥동 김매자 국수호 정재만 김말애 임이조 씨 등 8명이다.

출연진 한 명 한 명이 모두 1100석 정도의 객석은 채울 수 있는 춤꾼들이라 이날 공연 객석은 3층까지 가득 찼다. 이틀 만에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사실에 무용인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관무로 공연을 시작한 무대는 임이조의 승무, 정재만의 태평무로 이어지며 점점 달아올랐다. 장중한 움직임으로 시작한 승무가 후반 법고를 치는 대목으로 접어들면서 무대는 격렬하게 요동쳤다. 승무가 내면의 채움 또는 비움을 표현한 담백한 춤이라면 정재만의 태평무는 화려한 의상, 빠르고 역동적인 발놀림으로 도약하며 나비의 힘찬 날갯짓을 떠올리게 했다.

희고 긴 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펼치는 김말애의 대표적인 창작 독무 ‘굴레’는 붓으로 일필휘지하듯 무대에 역동적인 그림을 그려냈고 김매자의 창작 춤 ‘숨’은 산조 음악에 맞춰 절도있으면서 멋과 맛도 다 챙기는, 버릴 게 없는 춤사위를 보여줬다.

2부 첫 순서와 마지막 순서를 이날 공연의 주인공인 김백봉 씨와 이매방 씨가 장식했다. 김 씨는 양손에 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선보였다. 이 씨는 한없이 느린 동작으로 살풀이를 펼쳤다. 두 사람 모두 3분 남짓 춤을 춘 뒤 김 씨가 자신의 딸인 안병주 씨, 이 씨는 자신의 부인인 김명자 씨에게 무대를 넘기자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은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열렬히 호응했다.

국수호의 ‘입춤’은 한국 춤의 멋을 새삼 일깨웠고 조흥동의 ‘진쇠춤’은 호방한 발놀림과 남성적인 팔 동작으로 박력이 넘쳤다. 커튼콜 때 객석의 기립박수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성기숙 연낙재 관장은 “70, 80대 춤꾼들이 무대에 서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 문화의 자랑이며 저력”이라고 말했다. 성 관장은 특히 춤사위에 착착 감기는 듯했던 연주자들의 호연을 칭찬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무용#공연#공연 리뷰#명작명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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