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깜찍 발랄 캔디백 감각파 it bag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이탈리아 브랜드 훌라의 ‘캔디 브리시마’ 홍콩투어 가보니

가운데 사진은 훌라백을 6조각으로 재조합한 것. 조합된 순서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캔디백(오렌지), 캔디 브리시마 록스타, 캔디 브리시마 블래스크, 캔디 브리시마 피크닉, 캔디백(실버), 파인톤 무늬의 캔디백. 훌라 제공
가운데 사진은 훌라백을 6조각으로 재조합한 것. 조합된 순서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캔디백(오렌지), 캔디 브리시마 록스타, 캔디 브리시마 블래스크, 캔디 브리시마 피크닉, 캔디백(실버), 파인톤 무늬의 캔디백. 훌라 제공
“도쿄, 모스크바, 뉴욕, …. 매번 나라별로 정말 개성 있는 조합이 탄생해요. 오늘은 또 어떤 캔디백이 만들어질까요?”(이탈리아 아티스트 시시)

17일 홍콩의 유명 쇼핑센터 IFC몰.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훌라(FURLA)’의 ‘FURLA and I: Candy-brissima(캔디 브리시마) 투어’ 이벤트 장소는 행사 시작 전부터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하늘을 뜻하는 파랑, 바위와 조약돌 색깔인 검정과 하양, 꿀을 연상시키는 노랑과 따뜻함을 상징하는 빨강, 그리고 금색과 은색까지…. 자연의 색채를 한데 모아 놓은 듯이 화려한 ‘캔디백’은 기자들의 셔터 세례로 연신 번쩍거렸다.

캔디백은 훌라가 지난해 봄여름(SS) 시즌부터 선보인 새로운 시그니처 라인이다. 말랑말랑한 천연고무 재질의 보스턴백인데, 바비인형 가방처럼 앙증맞은 생김새로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훌라는 올해 SS 시즌부터는 이탈리아 아티스트 시시와 손잡고 캔디백과 예술을 결합하는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시는 훌라의 고향인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설치미술, 무대공연 아티스트다. 행사장에서 만난 훌라의 에랄도 폴레토 최고경영자(CEO)는 “늘 재미있고 예측불가능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시시의 아티스트 캐릭터가 캔디백과 닮아 있다”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은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모스크바, 밀라노, 파리를 거쳐 홍콩에서 다섯 번째 캔디백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오늘 홍콩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낼지 기대돼요. 한국도 아티스트로서 기회가 닿으면 가게 되겠죠?” 알록달록 자유로운 디자인의 형광색 원피스를 입은 시시는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행사가 시작됐다.

흰색 가운을 차려 입은 홍콩 디자인스쿨 학생 4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학생들은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뒷벽에 걸려 있는 금색 가발, 무지갯빛 방울이 달린 밧줄, 퍼(fur) 등 독특한 조각들 중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벤트 시작 전 셔터 세례를 받던 파스텔톤의 캔디백은 온데간데없었다. 곳곳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놓은 분홍색 캔디백 조각, 손잡이 부근에 빨간색 체크무늬 리본을 지그재그로 붙여 둔 파란 캔디백 조각 등 ‘해체된 캔디백’들이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미리 스터드를 붙이고 지퍼를 달아둔 캔디백 조각과 깃털 모양 장식을 선택했다. 이리저리 결합하더니 금세 새로운 캔디백이 탄생했다. 다른 학생은 손잡이를 고무 대신 쇠 재질의 링으로 바꿔 달고, 바닥 모서리에는 아이보리 색깔 술을 달아 캔디백을 재구성했다. 분홍색 캔디백 윗조각과 파란색 아랫조각을 이어 붙여 독특한 색깔의 캔디백을 창조해낸 학생도 있었다.

관객들은 새로운 캔디백 디자인이 탄생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거창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업이라는 표현보다는 캔디백을 ‘가지고 논다’는 말이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보통의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전통을 중시하고 오래된 느낌이 강하지만 역시 이탈리아 볼로냐 태생의 훌라는 85년의 역사가 무색할 만큼 신선하고 젊은 느낌으로 소비자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훌라의 베스트셀러, 캔디백

캔디백은 훌라의 새로운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제품이다. 지난해 출시된 이후 특히 유럽 지역에서 귀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는 아시아 지역으로도 번졌다.

▼‘캔디백 만들기’ 도시순회 퍼포먼스, 영파워 열광시키는 축제로▼


홍콩 IFC몰에 전시돼 있는 훌라의 가방들. 기본 형태는 보스턴백 스타일로 하되 창의적인 디자인과 소재를 적용했다. 훌라제공
홍콩 IFC몰에 전시돼 있는 훌라의 가방들. 기본 형태는 보스턴백 스타일로 하되 창의적인 디자인과 소재를 적용했다. 훌라제공
홍콩과 일본 시장에서도 25∼35세의 젊은 여성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현재 홍콩과 일본은 전체 훌라 매출에서 25%씩을 차지하고 있다.

캔디백의 가장 큰 특징은 가죽 소재가 아닌 천연고무 소재를 썼다는 점이다. 가격대도 30만 원대로 합리적인 수준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훌라의 경영 방침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다.

올해 SS시즌을 맞아 훌라는 하늘색 연보라색 등 15가지 컬러의 캔디백을 선보였다. 특히 형광 주황, 펄이 들어간 금색, 은색 등 따분한 색보다 톡톡 튀고 발랄한 색의 제품들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에는 시시의 개성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독특한 캔디백들이 ‘캔디백 브리스마 라인’으로 새롭게 나오기도 했다. 4개의 새로운 캔디백 스페셜 에디션 △캔디 피크닉 △캔디 에어로스페이스 △캔디 벌레스크 △캔디 록스타 등이 그것.

캔디백이라는 뿌리는 같지만, 응용된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캔디 피크닉은 분홍색 고무와 버드나무 가지를 엮은 봄, 여름철에 들기 좋은 피크닉 가방이다. 굉장히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난다.

반면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름 그대로 미래적인 느낌이 나도록 고무와 크롬이 도금된 알루미늄을 결합한 디자인이다. 강한 느낌이 난다. 캔디 벌레스크는 타조 가죽과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푸른 깃털 장식을 매치했다. 고급스럽고 개성이 넘친다. 록스타는 보다 과감한 스타일이다. 검은 가죽과 메탈 스터드 장식, 체인을 달아 강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85년 전통 브랜드, 젊음을 입다

훌라는 1927년 알도 풀라네토와 마르게리타 풀라네토가 만든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다. 현재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65개국에 320여 개의 매장이 있다. 특히 2010년 미국 ‘브룩스 브러더스’ 출신의 에랄도 폴레토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부터 부쩍 젊어진 콘셉트로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다.

훌라의 2012년 SS시즌의 전체적인 테마는 ‘예술, 창조력, 그리고 혁신을 통한 이탈리아로의 여행’이다. 다양한 비주얼과 컬러를 통해 가득 채워진 한 편의 ‘여행 다이어리’를 연상하게 하겠다는 것.

캔디백 외에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가죽 제품군도 있다. 고급 천연 소가죽과 스웨이드를 매치시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글로벳로터’백, 파충류 스킨의 ‘파이턴’백도 매력적이다. 특히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아이콘 제품인 파이퍼 럭스 백은 기존 훌라의 인기 제품인 파이퍼를 럭셔리하게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소가죽에 악어 등판 무늬와 파이턴 패턴을 적용해 고급스럽게 완성했다.

훌라와 캔디백을 함께 기획한 이탈리아 아티스트 시시가 환하게 웃고 있다. 훌라제공
훌라와 캔디백을 함께 기획한 이탈리아 아티스트 시시가 환하게 웃고 있다. 훌라제공

국내에서 훌라는 2006년 12월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GF) 사업부문과 계약을 하면서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롯데백화점 13개 매장을 포함한 전국 18개 매장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올해 3월에는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부티크형 매장을 열었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팀의 훌라MD들이 직접 이탈리아 본사를 찾아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한국 맞춤형’ 훌라백을 선보이게도 했다. 한국인들이 어깨로도 매고 손으로도 드는 ‘투웨이’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깨끈이 달린 ‘이스키아 라인’을 선보이고, 가죽 소재를 좋아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인다는 점을 반영해 가격을 조금 낮춘 ‘뉴퓨투라 라인’을 내놓은 게 그 예다.

여느 브랜드와 달리 훌라는 각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제품을 변형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 실제로 훌라는 이탈리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긴 하지만 전체 제품의 40% 정도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각 마켓의 특징이나 요구사항을 능동적으로 반영해서 선보이고 있다.

훌라의 캔디백 브리시마 투어 이벤트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폴레토 CEO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캔디백 이벤트를 열 수 있다고 귀뜸했다. ‘한국 버전’의 캔디백 이벤트는 어떤 모습일까.

홍콩=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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