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윤여정 선배가 “장하다” 문자 주셨어요… ‘화차’ 신들린 연기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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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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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의 자연스러운 얼굴은 영화 ‘화차’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김민희는 자신을 이끌어준 변영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김민희의 자연스러운 얼굴은 영화 ‘화차’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김민희는 자신을 이끌어준 변영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민희(30)는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썼다.

그는 “지인분이 ‘화차’ 속 제 연기가 아름답다고 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새롭고 시적인 표현이 마음에 든다며.

김민희는 영화 ‘화차’(8일 개봉)에서 남의 인생을 훔친 여자 선영(또는 경선)을 연기했다. 속옷에 피 칠갑을 하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극중 김민희는 “언니, 택시비 좀 내주세요”라며 한없이 여린 양도 되고, 아버지의 죽음을 간절히 기도하는 표독한 악마도 된다.

잔을 양손으로 감싸고 조심스레 커피를 마시는 우아한 그의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는 얼굴을 변영주 감독은 스크린에 옮겨 놨다.

“비극을 보면 여운이 가슴 먹먹하게 남잖아요. 그런 게 전 아름답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화차’가 참 아름답죠. 이상한가요?”

영화는 선영의 약혼자(이선균)와 전직 형사(조성하)가 갑자기 사라진 선영을 쫓으면서 진행된다. 매 장면 김민희는 격정적이고 극단적이다. 정작 그는 “즐거웠다”고 했다.

“펜션 신은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역할에서 잘 빠져나왔죠. 두 가지를 같이 못해요. 촬영할 땐 역할에 집중하고, 끝나면 저로 돌아와요.”

김민희는 ‘화차’ 대본을 받을 때부터 아이처럼 좋았다고 했다. 깊고 우울하지만 장르적으로 흥미롭게 표현되는 역할에 흥분됐다고. “경선이가 답답하고 불쌍했어요. 저라면 더 현명하게 해결했을 텐데…. 그만큼 경선이는 미련하고 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 거예요.”

‘화차’는 개봉 첫 주말 1위를 했다. 누적 관객수 68만 5931명. 전작이 평단의 반응에 비해 흥행이 부진했던 만큼, 그는 들떠 있었다. 수시로 예매율을 확인했다.

“사랑받는 게 감동적이죠. 무대인사 때 가득 찬 관객들을 보는데 꽉 채워진 그런 느낌?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선배 윤여정이 ‘장하다’는 응원 문자를 보냈다고 자랑했다. 기분이 좋은지 휴대전화를 꺼내 다시 확인했다.

작품 이야기에는 술술 답하던 김민희가 정작 자신의 이야기엔 말을 아꼈다.

“낯을 가려요. 표현도 여성스럽고. 예능 프로그램이요? 제가 말하면 이상하고 썰렁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말 많이 하는 게 불필요하다고도 생각하고요.”

극중 역할처럼 모진 면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질문을 수정했다. “거칠었던 시절을 꼽자면 10대 때요. 질풍노도의 시기였어요. 사춘기라고 하잖아요. 그때 일기를 보면 참 비관적이고 어두워요.”

열여섯. 김민희는 패션잡지 모델로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발을 들였다. 모델 시절 김민희는 신체를 잘 활용하고, 콘셉트에 맞는 분위기를 금방 만들어내는 자신의 장점을 깨달았다. 대사보다 눈빛과 동작으로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 ‘화차’에선 그 점이 십분 활용됐다.

“후회는 없어요. 좋았던 기억이에요.” 어느덧 30대 여배우가 된 그는 짧게 답했다. 그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패셔니스타’란 수식어보다는 ‘배우’가 더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화차’를 통해 자신이 ‘아름다운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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