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새 옷 갈아입은 위스키… 주당의 가슴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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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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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양주 브랜드들 리뉴얼 마케팅 열기

‘시바스 리갈 18년’이 세계적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코트를 입었다. 술병을 감싼 코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지난해 파리 골드라벨 콜렉션에서 선보인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문양이 새겨진 코트의 디자인과 재질을 본뜬 것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시바스 리갈 18년’이 세계적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코트를 입었다. 술병을 감싼 코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지난해 파리 골드라벨 콜렉션에서 선보인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문양이 새겨진 코트의 디자인과 재질을 본뜬 것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제공
연인이 어느 날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거나, 평소 잘 하지 않던 진한 화장을 한 낯선 모습으로 당신의 앞에 나타났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그녀의 심경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모를 바꾸는 것은 달라진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

술 역시 마찬가지다. 퇴근길 늘 들르던 바에서, 또는 쇼핑몰 매대에서 우연히 눈에 띈 평소 즐겨 마시는 위스키의 디자인이나 이름이 살짝 달라졌다면 그것은 소비자를 향해 자신을 알리는 메시지다. 위스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주류업계는 주당(酒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존 인기 제품을 리뉴얼한 다양한 새 술을 내놓고 있다.

싱글 몰트위스키 글렌피딕은 2000년부터 판매해온 ‘글렌피딕 21년’의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면서 이 술에 ‘그란 레세르바’라는 서브네임을 달았다. 오랜 기간 숙성한 와인에 주로 붙이는 이름인 그란 레세르바를 이름에 쓴 것은 이 술이 품고 있는 깊은 향을 알리기 위해서다.

글렌피딕 21년산은 캐리비언 럼을 담았던 오크통에 숙성하는 까닭에 독특한 풍미를 띠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1위를 달리면서도 국내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에서는 경쟁 브랜드인 매캘란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글렌피딕이 ‘나 이런 술이야’라며 반격을 하는 것이다. 글렌피딕은 이름을 바꾸면서도 기존 고객에게 술의 품질은 변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가격은 올리지 않는 정책을 썼다.

스카치블루는 지난해 11월 브랜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의 맛과 향을 바꾸면서 제품 디자인도 함께 변경했다. 특유의 둥근 병 모양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중후한 느낌의 종이라벨을 사용하고 마개를 감싸는 쉬링크 필름과 포장케이스를 금색으로 바꾸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또 이 같은 변신을 알리기 위해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을 여배우 엄정화 씨를 모델로 캐스팅하고 이 술을 ‘부드러운 남자’에 비유한 지면광고도 했다.

왼쪽부터 차례로 ‘W21 스페셜 에디션’, ‘글렌피딕 21년’,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 ‘임페리얼 클래식 12 시티 에디션’
왼쪽부터 차례로 ‘W21 스페셜 에디션’, ‘글렌피딕 21년’,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 ‘임페리얼 클래식 12 시티 에디션’

‘한정판’ 마케팅도 주류업계가 주당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달 ‘임페리얼 클래식 12 시티 에디션’ 시리즈 부산 지역 한정판을 내놓았다. 술병 앞면에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와 광안대교, 빌딩 숲과 갈매기를 그려 넣은 이 제품은 부산에서만 판매한다. 지난해 말 내놓은 강원 평창 에디션과 제주 에디션이 현지 술집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한정판 마케팅을 부산으로 확대한 것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이 술의 판매를 앞두고 부산 지역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써달라며 1억 원을 부산시에 기부했다. 부산 에디션의 판매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부산 시민의 애향심에 호소한 것이다.

국내 보드카 시장 점유율 1위인 앱솔루트는 매년 여름과 겨울 시즌에 요철 모양의 독특한 병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라벨을 덧입힌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패션을 향한 찬사를 주제로 한 디자인의 ‘앱솔루트 모드’를 선보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8월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상품으로 ‘윈저 21년’의 한정판인 ‘W21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았다. W21 스페셜 에디션은 영국왕실이 인증한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의 원액을 사용해 부드러운 맛을 냈음을 강조하기 위해 병 디자인에 곡선을 채택했다. 또 왕관 모양의 병마개와 정면의 방패 문양으로 브랜드의 전통을 과시하면서 각 병마다 고유의 시리얼 넘버까지 새겨 넣었다.

한정판으로 나온 위스키 중에는 새 옷을 입으며 가격이 껑충 뛰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시바스 리갈 18년 바이(by)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한 병당 가격이 65만 원으로 기존 ‘시바스 리갈 18년’ 가격(13만2000원)의 5배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2500병이 제작돼 국내에는 20병이 들어온 이 술은 술병이 입고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코트 가격이 술값의 4배나 되는 셈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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