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백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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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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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뉴요커로 자유 만끽… 작년 링컨센터 연주회 성황
내달 국내 순회 독주회… 쇼팽 ‘24개의 전주곡’ 선봬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는 “연륜이 쌓이니 여유가 생기고 음악표현에도 겁이 없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는 “연륜이 쌓이니 여유가 생기고 음악표현에도 겁이 없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영혼이 자유로워야 예술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47)의 말이다. 그는 1994년 한국 국적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입상하고 같은 해 서울대 음대 교수에 임용됐다. 그러다 2005년 교수직을 사임하고 미국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거처를 마련했다. 음악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연습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 곳이다.

13일 만난 그는 “교수 시절, 수많은 회의(會議)와 책임, 거기서 오는 억압 때문에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선생, 연주자 어느 역할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7년간 뉴욕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 작은 공연과 박물관에서 예술의 향취를 마음껏 마시고 경험했다. “사람들은 보이는 무언가를 찾지만 안 보이는 데 차곡차곡 쌓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연간 20∼30회 성실하게 연주회를 펼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매년 여름 뉴욕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키보드 인스티튜트&페스티벌(IKIF)에 초청돼 독주회를 연다. 2010년 IKIF에서 그의 독주회를 본 평론가 도널드 아이슬러는 “백혜선은 열정과 섬세함으로 음악 속 드라마에 감춰진 모든 것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IKIF에서 호평을 받아 마련된, 지난해 12월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 연주회는 전석 매진됐다.

그가 다음 달 부산 거제 서울 대구에서 순회 독주회를 연다. 국내 무대에서 리스트를 많이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드뷔시의 ‘영상’과 메시앙의 ‘비둘기’ ‘꾀꼬리’, 베토벤 소나타 31번과 쇼팽을 골랐다.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전곡을 국내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연주회의 주요 레퍼토리인 쇼팽은 고상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베토벤은 절제된 정신세계를 표현해내려 한다.

“젊었을 때는 극적이고 대비되는 연주를 했다면 지금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계적으로 손가락을 돌리는 게 아니라 악보를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요. 그래서 리사이틀 주제도 도전과 자유로 정했습니다.”

그에게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은 뭘까.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라고 답했다. 2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2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그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1577-52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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