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꽃미남 플로리스트가 말하는 ‘나와 꽃 그리고 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꽃시장에 가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꽃과 다양한 소품들을 살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며 고마운 마음을 직접 꽃에 담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이정석 씨가 만든 리스(왼쪽)와 엄상용 씨의 화기꽂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엄상용 씨 제공
꽃시장에 가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꽃과 다양한 소품들을 살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며 고마운 마음을 직접 꽃에 담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이정석 씨가 만든 리스(왼쪽)와 엄상용 씨의 화기꽂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엄상용 씨 제공
《 꽃과 남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꽃미남’ 플로리스트 두 사람의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의 손을 거치면 꽃은 본래의 미모에 새로운 아름다움이 더해진 듯 환하게 빛난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젊은 남성 플로리스트 두 사람과 함께 소중한 사람을 위한 꽃 선물 만들기에 대해 알아봤다. 》
■ ‘K.liss’ 이정석 팀장, 꽃집 쳐들어가 ‘닥치고 공부’

“일반쓰레기로 처리해야 해요. 집에서 직접 만드시려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 큰 것을 먼저 준비해 놓으세요.”

꽃을 배우기 위해 쓰레기 치우는 것부터 시작했다던 그다웠다.

“돈은 안 주셔도 되니까 일하면서 틈틈이 배울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죠.”

그는 2005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지나다 우연히 ‘좋아 보이는’ 꽃집을 발견했다. 문득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가 ‘들이댔다’. ‘k.liss’의 이정석 팀장(29·사진)은 그렇게 플로리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보통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학원에 등록해요. 물론 이론적인 게 기본이 돼야겠지만 그건 교과서 한 번 보는 정도밖에 안 돼요. 제 경우엔 밑바닥부터 도제식으로 배워 나가며 실전에서 뛰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됐어요.”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실제로 그는 단 한 번도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 꽃을 배운다고 했을 때는 욕도 많이 먹었다. 친구들은 “남자가 무슨 꽃이냐, 드디어 미쳤다”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부모님과 누나들도 말렸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제 성격이 많이 유해졌다고 말씀하시고. 사실 고등학교 때는 주먹다짐도 좀 하고 반항도 많이 하고 그랬거든요.”

그는 겨울철 꽃 선물로 향취가 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드는 리스(wreath·꽃으로 고리같이 둥글게 만든 화환)를 추천했다. 식탁에 올려놓거나 벽에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리스의 주요 재료로 벨벳 느낌이 나는 검붉은 장미(블랙뷰티)와 한데 모여 있어도 각각의 꽃송이가 다양한 핑크빛을 띠는 수국을 꼽았다. 여기에 파란색 반다(화려한 양란의 일종)와 작은 열매가 달린 삼나무를 더하면 멋진 포인트가 된다.

“줄기를 자를 때는 사선으로 자르는 게 기본이에요. 그러면 줄기 단면이 물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꽂을 때도 힘이 덜 들죠. 특히 수국은 물을 좋아해요. 물속에 줄기를 담근 상태에서 자르면 공기 중에서 자른 것보다 2배나 더 오래가요.”

줄기는 오아시스(꽃을 꽂는 스펀지 비슷한 재료)에 보통 2cm 정도의 깊이로 꽂는다. 그래야 고정이 더 잘되고, 꽃도 더 오래간다.

꽃이 시들었거나 시장에서 절화(折花)를 사왔을 때는 ‘열탕 처리’를 하면 빨리 싱싱해진다.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준 다음 줄기 밑 3∼5cm 정도를 끊는 물에 담근 후 다시 찬물에 담그면 된다. 주의할 점은 모든 꽃들이 ‘열탕 처리’가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 많이 사용하는 꽃들 중에서는 국화, 안개꽃 등이 가능하다.

“꽃을 꽂는 작업은 전체 일의 10분의 1밖에 안 돼요.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완성된 꽃을 설치하는 작업까지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전 플로리스트가 오히려 남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설명이 계속됐다.
■ ‘바이소요’ 엄상용 씨, 성탄절 색깔은 붉고 푸르게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영국에서는 남자 플로리스트의 90% 이상이 게이라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례를 무릅쓰고 그의 성적 취향을 물었다.

“저 10일에 결혼해요. 2년 사귄 여자친구랑.”

꽃집 ‘바이소요’(www.bysoyo.com)를 운영하는 엄상용 씨(31·사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손에는 서울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서 개당 300원 주고 샀다는 솔방울이 들려 있었다.

“꽃다발에도 솔방울을 쓰세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소재잖아요. 얼마든지 쓸 수 있죠. 밑 부분을 철사로 감아준 다음에 철사를 계속 꼬아 ‘줄기’를 만들어주면 꽃처럼 쓸 수 있어요. 말라있는 소재니까 오래갈 거고요.”

그는 3년 전 꽃집을 운영하는 누나의 권유로 꽃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꽃꽂이도 누나에게 배웠다. 남자가 무슨 꽃이냐고 타박을 받았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과 주변 친구 모두 “잘 어울린다”며 지지해줬다고 한다. 한 달에 거의 800만 원에 이르는 거금을 들여 영국에 있는 ‘매킨즈 플라워 스쿨’에서 3개월짜리 프로페셔널 과정도 수료했다.

“1년 동안 한 달에 60만 원을 받고 일했으니까, 영국까지 가는 데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죠. 결론적으론 자신감을 얻고 왔어요. 저는 꽃을 잡는 데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성격이 중요하죠. 보통 꼼꼼한 사람들이 잘해요.”

그가 초보자에게 추천한 색은 붉은색과 녹색. 섞어놓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느낌이 드는,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채도가 높지 않은, 파스텔 톤의 아이들을 선택하는 게 구성하기가 편해요. 그리고 색을 많이 섞지 않는 것도 세련되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이에요. 유명한 플로리스트인 제인 파커가 꽃 컬러를 많이 안 섞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라고 강조했다.

“동양의 꽃꽂이는 정형화된 규칙이 있는 것 같아요. 꽃들도 일정한 간격으로 꽂고. 하지만 유럽 스타일은 다양한 꽃을 쓰면서도 하나의 덩어리감을 형성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죠. 꽃봉오리뿐만 아니라 초록 잎 등 그린(green) 소재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요.”

그는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아시스’를 물에 적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물을 적당히 받아 놓은 상태에서 수면 위에 오아시스를 띄워놓아야 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죠. 급하다고 오아시스를 손으로 잡고 물에 담근다거나 오아시스 위에 물을 부으면 겉에만 물이 스며들어요.”

1분 정도면 물이 안까지 스며들어 오아시스가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수위가 낮을 경우 옆에다 물을 부어 수위를 높여주면 된다. 
○ 리스 만들기

삼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링 모양 오아시스의 옆과 위에 꽂는다. 그러고 ‘얼굴’이 큰 수국부터 꽃을 꽂기 시작한다. 이때는 우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꽃들이 몇 개의 덩어리로 나뉠 수 있도록 꽂는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주면 그 꽃이 가진 느낌을 쉽게 살릴 수 있다.

다음으로 블랙뷰티를 수국 옆자리에 꽂아준다. 이때 블랙뷰티를 수국보다 더 높게 꽂아줘야 장미가 수국보다 더 돋보이게 된다. 나머지 빈자리에는 반다를 꽂고, 또다시 삼나무로 마무리를 해준다. 삼나무는 꽃과 꽃 사이의 경계선에 꽂아 자연스러움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 꽃의 양이 10이라고 하면 그중에 7을 사용해 대략적인 모습을 만들고, 남은 3으로 마무리를 하며 완성도를 높여주면 된다.  
○ 화기꽂이 만들기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백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화기 안에 놓인 오아시스에 꽂는다. 편백 가지는 만들려는 작품의 형태와 크기를 고려하고, 전체적인 모양을 확인해 가면서 꽂는다. 이는 기본 뼈대를 잡아주는 작업이다.

그 다음엔 ‘얼굴’이 큰 꽃부터 먼저 꽂는다. 그러고 나서 빈 구석을 작은 꽃들로 메우면 쉽게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꽃을 꽂을 때는 ‘얼굴’의 중심이 화기의 가운데 부분을 향하게 꽂는 게 자연스러운 모양을 살려줘 좋다. 꽃마다 높낮이를 다르게 하는 것도 변화를 살려주는 좋은 방법이다. 이때 전체적으로 꽃다발 모양이 동그랗게 보이도록 하면 실패 없이 무난하게 화기꽂이를 완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칼립투스나 낙산홍 등으로 포인트를 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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