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네가 던진 돌에 사람이 죽었다면”… 10대에게 아프게 묻다

  • 동아일보

◇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 ★★★

학생과 경찰관으로 1인 2역의 연기를 펼친 김문성(왼쪽)과 김정훈. 국립극단 제공
학생과 경찰관으로 1인 2역의 연기를 펼친 김문성(왼쪽)과 김정훈. 국립극단 제공
국내에서 괜찮은 청소년용 공연을 만나기 쉽지 않다. 제작하는 ‘어른’들이 청소년과 눈높이를 맞추기보다는 계몽과 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5월 출범한 국립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첫 작품 ‘소년이 그랬다’(연출 남인우)는 의미 있는 시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해 개연성을 높였고, 10대 초중반 청소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청소년들이 극중 주인공의 시각에서 스스로 고민을 하도록 유도한 점도 좋았다.

이 작품은 두 소년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차량 운전자가 숨진 1994년 호주 멜버른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2인극 ‘더 스톤스’가 원작이다. 양쪽에 철제 빔들로 임시 구조물을 만들어 공사장 느낌처럼 꾸민 직사각형 무대에서 중학생 민재(김정훈)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상식(김문성)이 신나게 논다. 둘은 장난을 치다가 고가 위로 올라가 게임하듯 오토바이 폭주족을 향해 돌을 던지는데 이 돌에 엉뚱한 자동차 운전자가 맞아 숨진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겁에 질린 두 소년은 어쩔 줄 모른다.

작품의 관건은 이 두 주인공에게 얼마나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지다. 그래야 이 작품이 던지는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흡인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두 명의 배우가 학생과 경찰관을 오가며 1인 2역을 펼치는데 의상이나 연기에서 캐릭터의 차별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극적 긴장감이 차곡차곡 쌓여 폭발하기보다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에너지가 새는 느낌도 받았다. 현장공연으로 이를 보완해가면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연극으로 발전시켜가길 기대해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12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1만∼3만 원. 02-3279-222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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