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칼과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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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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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이번에는 음식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올 3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에 날마다 연재한 작품을 모아 엮은 《칼과 황혼》이 그것이다. 매일 오후 다섯 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즈음에 올려지는 그의 글은 온라인 독자들로부터 위를 후벼파는 ‘맛고문’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인기리에 연재되었다.

◇칼과 황홀 /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353쪽 / 13800원
◇칼과 황홀 /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353쪽 / 13800원
칼과 황혼이라는 제목이 음식기행기로선 조금은 낯설지만 작가의 “잘 벼린 숙수의 칼로 요리한 흥겨운 세상만사! 존재 전체를 꿀맛 같은 황홀경에 들게 하는 궁극의 음식들. 칼과 황홀 사이에 음식과 인간, 삶이 있다.” 을 들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이 책은 작가의 고향인 경북 상주, 그리고 한때 흠모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조국 칠레, 작가가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맛봤던 음식들과 그것을 함께 나누어 먹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하루 세 번의 여행이라고 표현한 끼니와 밥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2부에서는 마음의 노독을 눅지근하게 풀어주는 술상을 받아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찻상과 후식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음식관과 ‘맛집’을 망라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자작하게 졸인 멸치조림을 상추에 싸먹는 남해의 멸치쌈밥, 울릉도 산중에 자생하는 명이(산마늘)과 씹을수록 고소한 울릉약소, 독일 ‘할매 포장’의 부어스트 소시지 등과 같은 진한 추억의 음식도 만날 수 있다. 음식이야기뿐 아니라,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표현력이 읽는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방금 전에 밥숟가락을 놨다고 해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벚굴은 날것으로도 먹지만 보통은 구워먹으며 맛이 담백하고 전혀 비리지 않다고 했다. 굴을 껍데기째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면 익으면서 뽀얀 물이 나오는데 이물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맛이 ‘겁나게’ 진하다. 그 ‘벚꿀’을 두어 개만 먹으면 배가 터질지도 몰랐다.”

책 뒤쪽에는 책에 등장하는 맛집을 표시해둔 ‘성석제의 맛 지도’가 실려 있고,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맛집들도 모두 소개했다. 이 맛 지도를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우리 고향에서는 작가가 뭘 맛있게 먹었나?’ 하며 유심히 찾아보게 마련이다.

영화전문지에 1995년부터 꾸준히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정훈이의 개성 넘치는 그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이다.”
글에 몰입하다보면 작가와 함께 전국을 섭렵한 뒤 이역만리 낯선 땅에 건너가 직접 보고 듣고 맛본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그러다 마침내는 고된 여행기간 동안 음식구경을 못한 사람처럼 진한 허기가 느껴져서 당장 저자의 맛집으로 달려가고픈 욕구에 빠지고 만다.

◇칼과 황홀 /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353쪽 / 13800원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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