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기자의 숲 속 요리 이야기]<8>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나물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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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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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만난 밤 잣 호두,임금님 봉수탕 안부럽네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肉味)와 바꿀쏘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가 농부들이 매달 할 일과 풍속을 한글로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월대보름 이야기지만 묵은 산채와 밤의 계절이기에 인용해본 글이다.

가을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밤이 제철이다. 밤과 잣, 호두 등 3개 가을 견과류를 우유와 함께 갈아 낸 트리오 라테를 추천하려 한다. 우리의 전통음료인 봉수탕과 유사하다. 차례상에서 나물이 남았다면 밥과 비벼 기름에 지져내면 근사한 나물밥전이 된다.

두 가지 메뉴를 조화시키면 추석전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Latte)

‘라테’는 이탈리어로 우유다. 커피와 섞으면 ‘카페라테(coffee with latte)’가 된다. 재료 이름에 따라 폼 나는 이름이 탄생한다.

밤 잣 호두와 섞으면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trio latte)가 탄생한다. 이는 잣과 호두를 곱게 갈아 꿀에 재워둔 뒤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우리의 옛 음료인 봉수탕(鳳髓湯)에서 비롯됐다.

봉수탕은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서 “독이 없고 먹으면 머리털이 검어지고 강장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봉황처럼 오래살 수 있는 음료’라 해서 임금이 즐겨 마셨다. 현대 한의학자들도 빈혈에 효과적이고 폐에 좋다고 한다. 봉수탕은 한국전통음식의 세계화 전략에 감초처럼 포함된다.

밤 호두 잣의 우수성은 말이 필요 없다. 또 쉽게 구할 수 있는 임산물이다.

올해에는 비가 많아 밤 작황이 안 좋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격은 더욱 올랐다. 하지만 좋은 효능은 값 역할을 한다. 호두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연어보다 3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다. 잣도 비타민B가 풍부하고 땅콩에 비해 철분이 많다.

3가지 견과류가 우유와 만나면 부러울 게 없다. 불과 10분만 투자하면 가족의 건강을 당신이 책임질 수 있다. 수험생이 있는 부모라면 더욱 권할 만하다.

나물밥 전
나물밥 전
○ 나물밥 전

고사리 도라지 피마자 곤드레 무 숙주나물….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많은 나물 반찬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의 보고다. 참살이 식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나물에 찬밥도 좋고, 따스한 밥도 좋고 한 덩어리와 제대로 어울리면 황후(皇后)의 식단도 부럽지 않다.

더욱이 추석이다.

차례를 마치면 으레 나물반찬이 남는 법. 귀성 길에 주섬주섬 싸 주시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지만 처치 또한 곤란할 때가 많다. 버릴 순 없다. 정학유가 그러지 않았는가.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와 바꿀 것이냐”고.


남은 나물 송송 썰어 밥과 골고루 비벼 덩어리로 만든 뒤 기름에 지져보자. 나물밥전이다. 매콤한 것이 좋으면 고추장을 넣자. 아이들을 유혹하려면 완성된 나물밥전 위해 토마토케첩을 모양내서 뿌리고 “라이스구이”라고 말하자.

서울의 특급호텔 주방장들도 권하는 메뉴다. 손쉽게 별미음식으로 재탄생한다.

견과류와 나물 등은 산림조합 푸른장터(www.sanrim.com)나 e숲으로 직거래장터(forest.esupro.co.kr) 등에서 쉽게 택배로도 구입할 수 있다.
▼ 이렇게 만들어요 ▼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

재료 밤 잣 호두 우유 꿀(재료 모두 인원에 맞게 적당량)

1 밤은 쪄서 찻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낸다.

2 잣은 고깔을 떼고 마른 천으로 표면을 닦는다. 호두는 속껍질을 벗긴다.

3 블렌더(믹서기)에 삶은 밤과 손질한 잣, 호두와 우유를 넣고 곱게 갈면 완성

TIP 호두 속껍질은 뜨거운 물에 5분쯤 담가 둔 뒤 이쑤시개를 이용하면 쉽게 벗겨진다.

나물밥 전

재료
나물반찬(없을 경우 마른 나물) 밥 들기름 달걀 식용유

1 나물반찬은 1cm 길이로 송송 썬다. 나물반찬이 없을 경우에는 마른 나물을 구입해 뜨거운 물에 불린 뒤 들기름에 갖은 양념으로 볶는다.

2 나물 재료를 밥과 다진 마늘, 소금 약간, 달걀에 넣어 잘 버무린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준비된 재료를 한 숟가락씩 납작하게 올려놓고 노릇하게 구워내면 완성.

TIP 버무린 밥이 형태로 흐트러지면 밀가루를 약간 섞는다.

이기진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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