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벨기에 출신 기획팀장 그레고리 림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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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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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편식 한국독자들에게 색다르고 재미있는 책 소개해요”

국내 출판사 기획팀장으로 일하는 벨기에인 그레고리 림펜스 씨가 자신이 재출간한 소설 ‘달리기’를 머리에 얹으며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내 출판사 기획팀장으로 일하는 벨기에인 그레고리 림펜스 씨가 자신이 재출간한 소설 ‘달리기’를 머리에 얹으며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체코의 달리기 영웅 에밀 자토페크(1922∼2000)를 다룬 소설 ‘달리기’가 최근 재출간됐다. 이 책을 기획한 사람은 출판사 열린책들의 기획팀장인 그레고리 림펜스 씨(35). 벨기에 출신인 그는 국내에서 출판기획을 하는, 보기 드문 외국인이다. 2008년부터 열린책들에서 해외 원서 검토 및 기획, 출간 계약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프랑스어를 비롯해 네덜란드어 독일어 영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다섯 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한국에서 그가 기획한 책은 총 32권. 유럽 소설이 주를 이룬다. 첫 작품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 대표작은 소설 ‘칠레의 밤’ 등 12권으로 이뤄진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시리즈다. 계약을 마치고 출간을 앞둔 책도 45권이나 된다.

“해외 원서를 검토할 때 그 나라 사람만 좋아할 것 같은 책은 무조건 제외해요. 하지만 잘못 판단한 적도 꽤 있어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였고 저자도 유명하지만 너무 프랑스적인 데다 반(反)사르코지 성향이 강해 여기선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대박’이 났죠.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허허.”

그는 “한국 독자들은 무척 독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자기계발서가 무척 잘 팔린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외국도 비슷하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 한국 독자들은 재미보다 ‘성공 비결’ 등 무언가를 책을 통해 얻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반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처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유럽의 추리소설의 경우 생각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럽, 특히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소설은 대부분 추리물입니다. 그 지역 나라들은 평화롭다 보니 작가들은 ‘더럽고 끔찍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독자들도 그런 걸 좋아하죠. 하지만 한국은 식민지 시절과 전쟁, 독재를 경험했고 지금도 매우 역동적이어서 그런 책보단 판타지물이나 맘 편히 볼 수 있는 에세이나 소설을 즐겨 읽죠.”

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알랭 드 보통이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독자는 충성도가 높아 한 작품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벨기에 명문 루뱅대 법학과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2003년 처음 한국에 와 열흘간 머물렀다. 벨기에로 돌아가 저작권 전문 로펌에 다녔지만 역동적인 대도시 서울을 잊지 못했다. 2005년부터 2년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열린책들에 입사했다.

“재미만 있으면 세계적으로 다 통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출판계에서 익숙한 책이 아닌, 색다르고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번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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