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SBS‘무사 백동수’ 유지선 역 신현빈 “등 문신 지워질라” 앞만 가리고 촬영장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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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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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빈은 ‘무사 백동수’ 유지선 역을 꿰찬 비결에 대해 “유지선처럼 덤덤한 성격 덕분”이라며 “좋은 말을 들어도 나쁜 말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는 무던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신현빈은 ‘무사 백동수’ 유지선 역을 꿰찬 비결에 대해 “유지선처럼 덤덤한 성격 덕분”이라며 “좋은 말을 들어도 나쁜 말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는 무던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첫인상은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싶은 청순가련한 조선 여인네다. 하지만 다시 보니 강단 있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무려 5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SBS 인기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여주인공 유지선 역을 꿰찬 배우 신현빈(25).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신현빈은 “40kg도 안 돼 보인다고 하는데, 실제 체중은 46kg”이라며 “한복 입고 삼복더위를 다 야외에서 보냈다. 견딜 만하다”고 웃었다. 지난해 데뷔작 ‘방가?방가!’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쥔 ‘슈퍼 루키’다웠다.

조선 정조시대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낸 무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한 ‘무사 백동수’는 북벌을 꿈꾸는 사도세자(오만석)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론이 효종 때 만들어진 병법서 ‘북벌지계’를 둘러싸고 혈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벌지계를 지키는 유 씨 가문의 딸 유지선은 주인공 백동수(지창욱), 여운(유승호)의 사랑을 받는 단아한 여인이다. 하지만 등에는 무시무시한 문신이 새겨져 있다. 아버지 유소강이 목숨을 잃기 전 딸의 등에 북벌지계 지도를 새긴 것. 이 때문에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전문가 2명이 꼬박 1시간 이상씩 매달려 그린 신현빈의 등 문신은 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라고 불릴 정도로 정교하다. 어깨 문신 장면은 직접 촬영하고, 3시간 분장이 필요한 상반신 전체 문신 신은 대역 모델이 촬영한다.

“이제는 저도 어느 쪽에 숲이 있고 길이 있는지 안 봐도 알아요. 촬영 감독께 ‘카메라 각도를 이쪽으로 잡으면 더 예뻐요’라고 조언할 수 있는 정도죠. 촬영 준비가 매끈한 등 관리가 되다 보니 꾸준히 스트레칭과 스크럽 하고 있어요.”

사실 그는 TV 화면에서보다 촬영장에서 더 많은 노출을 하고 있었다. 문신이 옷에 쓸려 지워지지 않게 카디건 하나만 앞으로 걸치고 돌아다닌다는 것. ‘문신’ 얘기가 나오자, 그는 신이 나 떠들었다.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는 배역과는 달리 털털한 편이었다.

“문신이 땀에 지워질까 봐 등에 카디건을 거꾸로 입고 대기실을 돌아다녀요. 그러면 선배들과 스태프가 ‘다 그렸어? 잘됐어?’라고 큰 관심을 보이죠. 문신 촬영이 있는 날은 스튜디오가 화기애애해요.”

그도 처음에는 상대역인 지창욱, 유승호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셋 다 초면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창욱 씨, 승호 씨가 소녀처럼 조신해요. 촬영 대기시간에 긴 가발을 예쁘게 핀으로 올리는데, 뒷모습이 참 예뻐요. 어깨 넓은 미인들이 한 명은 생머리, 한 명은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죠.”

이제는 친해져서 장난도 많이 친다. 개구쟁이 지창욱은 고기 먹는 장면 리허설이 있으면 신현빈이 ‘그만하라!’고 화를 낼 때까지 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다고. 반대로 고교생 유승호는 의젓한 ‘애어른’이다. 신현빈은 “그래도 라면 모양 과자를 주면 무척 좋아하는 게 영락없는 아이”라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한 신현빈은 졸업 후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프로필 사진을 돌리고 얼마 후 영화 ‘방가?방가!’ 측에서 연락이 왔다. 베트남 노동자 장미 역으로 캐스팅된 것. 관객은 신현빈을 베트남 여배우로 오인했고 평단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방가?방가!’로 백상 신인상을 탔을 때 놀라서 입이 떨어지지도 않았어요. 무대로 상 받으러 가면서도 ‘내가 아닌데, 나가서 시상식 민폐녀로 낙인찍히는 건 아냐?’라고 걱정했죠.”

백상에서 받은 트로피의 무게만큼 연기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는 신현빈. 그의 꿈은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도 ‘칸의 여왕’도 아니라고 한다.

“지금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나은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죠.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은 만큼 부담을 갖고 열심히 할 것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원수연 동아닷컴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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