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7단은 오랜 고민 끝에 확신에 찬 손끝으로 흑 35를 뒀다. 하지만 이 수가 패착일 줄은 당시에는 몰랐다.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수읽기를 빈틈없이 한다고 했으나 김 7단이 보지 못한 수가 있었으니….
결론적으로 이 수는 참고 1도처럼 흑 1로 먼저 축머리를 쓰고 흑 3에 붙였어야 했다. 백 2로 우변을 받지 않고 상변을 두면 흑은 우변을 젖혀 일단 이득을 볼 수가 있다.
백 36, 38로 둘 때, 흑 39로 늘고 싸우는 흑. 김 7단도 힘이라면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다. 모범생 스타일의 준수한 외모로 보면 바둑이 조용조용할 것 같지만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는 기사.
백 40에 대해 자신 있게 흑 41로 끊어갔는데…. 이때 등장한 백 42가 이세돌 9단이 찾아낸 묘수였다. 지난주 ‘이 한 수’에서 일부 소개한 바 있으며, 올해의 묘수 베스트 10에 꼽힐 만한 수다. 참고 2도처럼 백 1로 끊으면 흑 2로 두어 백이 흑을 봉쇄하기가 어렵다. 상변 백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백이 바쁜 형국이다.
김 7단은 대국 당시에는 백 42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국후에 실토했다. 흑 43에 백 44로 끼워 백 48까지 힘차게 흑을 양분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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