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서울시향 DG 첫 앨범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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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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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우아… 짜릿… 최상급 명반의 탄생

유니버설뮤직 제공
유니버설뮤직 제공
그들이 빚어내는 화음은 프랑스 본토의 그 어떠한 오케스트라보다 화사하고 감미롭고 아름다웠다. 4월 유럽 최고의 명문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5년 장기 계약을 해 화제를 뿌렸던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콤비가 연주한 레코드 제1집이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음원을 미리 입수해 들어보았다.

앨범의 레퍼토리는 드뷔시와 라벨의 관현악. 프랑스 음악의 대가인 정 예술감독이 선호해 평소 즐겨 프로그램에 올리는 작품들로 지난해 5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녹음했다. 라벨의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정 예술감독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지휘한 2004년 레코딩(DG)이 있지만, 올해 8월 독일 브레멘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공연할 예정인 본 앨범의 수록곡은 정 예술감독으로서도 음반 형태로는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라 더 의미가 있다.

어느 곡 하나 할 것 없이 연주의 완성도가 높다. 첫 곡인 드뷔시 교향시 ‘바다’에서 지휘자는 5년 동안 파트너십을 맞춰온 서울시향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있다. 현 파트는 질감이 곱고 보들보들하며, 관 파트는 향긋하니 싱그러운 내음을 자아낸다. 지휘자의 세심한 셈여림 조절력과 동물적인 색채 감각에 힘입어 오케스트라는 눈부시도록 찬란한 한낮 대양의 풍광과 그늘이 드리운 저녁 해변가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파(描破)한다. 모든 소절의 단위 하나하나까지 살아 숨쉬는 생명감을 부여받은 이 연주를 듣다 보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기자기한 판타지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인 두 번째 곡 라벨 ‘어미거위’ 모음곡은 또 어떤가. 소리가 따끈한 우유처럼 데워져 있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

세 번째 수록곡 라벨 ‘라 발스’도 아주 빼어나다.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은 춤추는 듯 우아한 리듬감과 감칠맛 나는 절묘한 뉘앙스를 연주 내내 유지하면서 가속과 감속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거듭될수록 점증하는 음악의 흥분도를 극적인 수법으로 살려내고 있다. 확 부풀어 오르며 시원하게 폭발하는 순간이 짜릿하기 이를 데 없다. 곡이 끝난 뒤 실연을 들은 청중들이 외치는 환호에 음반의 감상자인 당신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의 명반 리스트 제일 위쪽에 올려놓기에 부족함 없는 열연이다. 독일 현지에서 제작한 인터내셔널 버전 앨범으로는 사상 최초로 음반 해설지에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은 올 하반기 시즌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녹음할 계획이다.

이영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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