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위기는 세계적 현상… 공공성 회복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연세대, 내일부터 ‘학문의 위기… ’ 국제학술대회

경제적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인문학과 대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진단이다. 정도나 양상은 다르지만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위기이기도 하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사업단이 2, 3일 연세대 학술정보관에서 여는 ‘학문의 위기와 공공지식의 재구성-사회인문학의 자원과 방법론’ 국제학술대회에서 대학과 인문학의 위기 상황 및 이를 극복해갈 방법을 세계 여러 나라 학자와 함께 모색한다.

첫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신자유주의시대의 대학과 학문의 변동을 짚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실천과 방법론을 모색한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 비판가로 알려진 아리프 딜릭 전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 ‘초국가화와 대학-전 지구적 근대성의 시각’에서 세계화와 비즈니스화에 발맞춘 대학의 변신을 비판한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에는 내적 보수주의, 배타성, 엘리트주의 같은 인문학 자체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전 지구화에 맞서는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은 ‘장소(place)’다.

그가 말하는 ‘장소’는 사회·문화·지리·생태적으로 유기적 관계를 가진 영역으로 일상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 공간을 말한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삶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함으로써 글로벌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학문도 그러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지식의 인간성, 학문의 사회성, 교육의 공공성’ 발표에서 “윤리와 도덕으로부터 극단적으로 멀어진 오늘의 한국사회 모습은 그것을 가르치지 않은 한국 교육, 특히 대학교육의 실패임을 자임해야 한다”며 “인간성 사회성 공공성을 통합하고 가로지르는 새로운 지식 학문 교육의 체계를 모색하기 위해 근본적인 혁신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 폐지를 주장하고 인문학 본연의 성찰성에 사회적 소통성을 가미한 ‘사회인문학’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화둥(華東)사범대의 쉬지린(許紀霖) 교수는 ‘최근 10년 중국 공공지식인과 지식사회’ 발표문에서 200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의 풍경에 대해 “대학지식인은 형식화와 행정화, 재봉건화의 틀에 갇혀 학과 간은 물론이고 대학과 사회 간에도 소통과 교류가 단절됐다”며 “새로운 공공성 지식의 회복을 위해 통합성과 실천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둘째 날에는 동아시아 3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지식인을 사례로 지식인의 실천을 검토한다. 박영도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아렌트, 하버마스, 성찰적 공공성’ 발표문에서 시민적 연대성에 기초해 국가와 시장에 대항하는 시민적 공공성 이론을 발전시킨 해나 아렌트와 위르겐 하버마스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틀간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총 11편의 발표가 진행된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나종석 HK교수는 “역사학만 하더라도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 등으로 나뉘어 있는 등 분과학문주의 경향이 심해 통합적 시각으로 세상을 조망할 때 나올 수 있는 학문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어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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