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성악도전 서바이벌 프로 tvN ‘오페라스타’ 우승 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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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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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덕분에 1위했단 말 싫어 더 노력”

“발을 씻고 싶어요. 하루 종일 너무 긴장해서 한 번도 자리에 앉질 못했거든요. 지금 앉은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발이 너무 아파요.”

8일 새벽 만난 가수 테이(본명 김호경·28)의 커다란 눈망울이 충혈돼 있었다.

7일 밤 방송된 tvN ‘오페라스타 2011’의 최종 라운드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JK김동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이날 방송에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그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오페라스타’는 대중가요 가수가 오페라와 가곡에 도전해 시청자투표로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04년 발라드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데뷔해 최근 록밴드 ‘핸섬피플’을 결성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발라드와 록, 그리고 오페라까지 세 장르를 석권한 가수가 됐다.

“성악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어요. ‘오페라스타’ 제작 소식을 듣고 제가 먼저 기획사를 통해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죠. 근데 정말… 지옥 같았어요.”

테이는 첫 방송부터 “가장 성악에 가깝게 부르는 가수”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방송 시작 전까지 주어졌던 연습기간은 한 달. “처음에는 아무리 해도 (성악적) 소리가 나오질 않았는데 방송 시작 한 주를 남기고서야 겨우 발성이 되기 시작했어요.”

최종 라운드에서 테이는 그동안 부른 도전곡 5곡 중에서 데 쿠르티스의 ‘물망초’를 불렀다. 멘터인 바리톤 서정학 씨와는 영화 ‘대부’의 주제곡을 함께 불렀다.

테이가 꼽은 가장 힘들었던 곡은 세 번째 방송에서 부른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오케스트라와 박자 맞추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여러 사람이 부른 걸 들어봐도 다 다르게 부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곡으로 1위를 차지한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테이는 “떨어질 줄 알았기 때문에 정말 놀랐었다. ‘팬들 덕분에 1위 했다’는 말을 들을까 봐 그 뒤로 더 이 악물고 최선을 다했다. 프로들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무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영국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음반을 녹음할 기회를 얻었다. 테이는 “연습했던 곡을 모두 불러보고 싶다”며 “언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녹음해 볼 일이 있겠느냐. 잘 불러서 잘 남기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하지만 오페라스타에 또 출연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참겠습니다”라며 웃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객석에 앉아 있는 테이의 어머니가 여러 차례 카메라에 잡혔다. “어머니 덕분에 하루에 2, 3시간만 자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성대를 갖고 태어나서 이번 프로그램에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농담을 하던 테이는 “엄격한 집안이라 호칭도 늘 어머니, 아버지였는데 어머니가 우울증을 겪으시면서 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게 돼 기쁘다”며 무대에서도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이날 객석에는 문희옥, 신해철, 김창렬, 임정희, 선데이 등 앞서 탈락했던 출연자들이 앉아 두 사람을 응원했다. 생방송인 만큼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조수미 씨는 방송 초반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연등행사로 교통체증이 빚어져 도착이 늦어지면서 JK김동욱이 당초 계획보다 빨리 노래를 불렀다. 조 씨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이어지는 아리아 ‘아 그대였던가’와 ‘언제나 자유롭게(꽃에서 꽃으로)’를 부를 예정이었지만 관객들이 ‘아 그대였던가’가 끝나자마자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황한 서정학 씨는 관객들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 스태프에게 “다음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조 씨는 ‘언제나…’를 부르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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