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류 이어 문학 한류 심는다

  • 동아일보

박범신 씨 ‘외등’‘은교’등 5편 또 中출판계약

소설가 박범신 씨(65·사진)가 중국의 거대 문학시장을 뚫는 첨병 역할에 나섰다.

신작소설 ‘비즈니스’를 중국 계간지 ‘샤오숴제(小說界)’와 국내 계간지 ‘자음과모음’의 지난해 가을, 겨울호에 선보인 그는 지난해 12월 이 소설의 단행본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간하는 실험에 나섰다. 자음과모음에 따르면 출간 3개월여 만에 ‘비즈니스’ 중국어판 초판 1만 부가 거의 판매돼 2쇄 인쇄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박 씨는 1월 중국의 후난런민(湖南人民)출판사와 ‘외등’ ‘은교’ ‘킬리만자로의 눈꽃’ ‘죽음보다 깊은 잠’ ‘숲은 잠들지 않는다’ 등 작품 5편에 대한 출판 계약을 했다.

작품당 선인세는 3000달러, 인세는 1만 부까지 6%, 1만∼2만 부 7%, 3만 부 이상 8%다. 외국 작가들의 선인세가 보통 2000달러 내외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후한 대우다.

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설 ‘고산자’도 출판될 예정이어서 ‘비즈니스’까지 더하면 작품 7편을 한꺼번에 중국에 선보이게 된다. 한국 작가가 중국 현지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다수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처음 선보인 ‘비즈니스’가 중국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작품은 서해안의 방조제 공사로 인해 새로 들어선 도시가 급성장하며 사회 계층 간 갈등과 천민자본주의가 고개를 드는 과정을 그린 사회비판소설. 중국 ‘샤오숴제’의 웨이신훙(魏心宏) 문학평론가는 “이야기와 주제가 중국의 현 실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대중의 정서에 잘 부합된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박 씨도 직접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다른 문인들이 대부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중국에 한국문학을 알려온 반면 박 씨는 중국 메이저 출판사인 상하이문예출판공사와 직접 계약을 하고 현지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이 출판사는 1월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박 씨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비즈니스’를 자사의 주력 상품군에 포함시켰다. 박 씨는 5월쯤 다른 작품이 소개될 때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독자 이벤트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 씨는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중국소설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반응이 좋다. 중국에 드라마로 한류가 불었듯이 문학에서도 한류가 불 수 있다”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문학시장도 거대하다. 국내 소설 베스트셀러의 경우 100만 부를 넘으면 대성공으로 부르지만 중국은 3000만 부 내외가 팔려야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 이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 수출된 한국 출판 저작권 수는 2006년 110건에서 지난해 660건으로 4년 만에 6배 늘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소개된 국내 문학작품도 2006년 11건에서 지난해 22건으로 두 배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문학시장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 계약을 한 뒤 검열 때문에 출판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임후성 21세기북스 문학주간은 “김훈 씨의 ‘칼의 노래’가 2년 전 중국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했다가 결국 출간이 힘들어진 예에서 보듯 소설 내용에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 에이전시인 실크로드의 고혜숙 대표는 “한국 문화나 콘텐츠를 중국어로 맛나게 옮길 만한 현지 번역 인력이 크게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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