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주자가 연기도 하는게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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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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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겸 연주가 원일 씨 “‘꼭두’는 그 원형회복 음악극”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원래 국악은 ‘악가무일체(樂歌舞一體)’라 해서 춤, 노래, 연극, 몸짓이 하나로 융화된 형태였는데 대학 교육이 국악을 다루면서 악(樂)이 분리됐다고 봅니다. 올해 말 저희가 무대에 올릴 음악극 ‘꼭두’는 몸의 움직임까지 담은 우리 전통음악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죠.”

한국 전통음악을 뿌리로 하되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작업을 해온 작곡가 겸 연주가 원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4·사진)가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화두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뒤 세계에 선보일 ‘꼭두’의 성공 여부가 연주자들의 움직임, 연기에 달려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지난달 28일 LG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나 “지난주 바람곶 공연은 정말 굉장했다. 멤버들이 마치 무림고수처럼 개성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을 꺼내자 얼굴이 환해진 원일 씨는 곧바로 움직임에 대한 얘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바람곶은 그가 2004년 만든 한국 전통음악 연주단체로 21일 LG아트센터에서 ‘로비 콘서트’를 했다. 장구, 징 등 타악기를 그룹 리더인 원일 씨가 주로 맡고 박순아(가야금) 이아람(대금) 박우재(거문고) 박재록(시타르) 등 다른 4명이 멤버다. 바람곶은 지난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 최대 월드뮤직박람회 워멕스(WOMEX)의 개막공연 무대를 장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음악그룹이다.

“우리가 무림고수처럼 보였다니 다행이네요. 어느 한 명이 군림하지 않으면서도 각각이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는 무대에서의 움직임을 연구 중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에서 40일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한 게 효과가 있는 모양입니다.”

바람곶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발됐고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현지의 예술공연단체들과 워크숍과 단소 강습회 등으로 교류를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이 모두가 올해 말 무대에 올릴 ‘꼭두’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에 나선 것일까.

“간단히 소개하자면 상여를 장식하는 목각인형 꼭두를 소재로 한 음악극이에요. 꼭두는 망자를 저승길로 안내하고 위로하는 존재인데 저희가 직접 연기할 겁니다. 연주자가 무대에서 연기까지 하는 것부터 도전이죠.”

원일 씨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마임을 배우고 파리의 대표 극단인 ‘태양극단’과 함께 2주간 워크숍도 진행했다며 “연주자들의 ‘정당한 움직임’을 찾는 탐색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태양극단의 아리안 므누슈킨이 연출한 ‘제방의 북소리’라는 작품이 있어요. 제 인생에서 접한 최고의 연극입니다. 이 작품도 연기자들이 인형을 연기하고 죽은 이후의 세계도 다루고 있어 어떤 점에선 ‘꼭두’의 모델이기도 하죠. 배우들의 눈빛, 손끝의 움직임 등 전체 작품을 통틀어 어느 하나도 허술한 게 없어요. 완성도의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그 나라 사람들이 ‘꼭두’를 봤을 때 바로 그 같은 느낌을 받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가 해온 음악적 탐색은 어느 지점을 향하고 있을까.

“30대까지가 제 에너지가 이끄는 대로 활동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음악이지요.”

자유로운 즉흥연주라는 점에서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즉흥연주)과 일맥상통하는 국악 시나위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 전통 악기에서 새로운 음색과 리듬을 찾아내는 것, 음악을 중심에 놓고 미술, 춤, 이야기 등 다른 것들을 끌어다 종합예술 형태로 만드는 것들에 대해 그는 열정적으로 얘기를 이어 나갔다. 대중성에 대해선 어떤 생각일까.

“대중은 통속적이지만 한편으론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먼저 발견하기도 하죠. 하지만 예술가는 대중성을 추구하면 안 돼요. 나약해지니까요.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면 결국 언젠가는 대중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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