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91>今에 燕虐其民이어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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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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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宣王(선왕)은 연나라와의 국지적인 전투에서 이긴 후 연나라를 공략하여 멸망시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맹자에게 그렇게 하여도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이때 맹자는 연나라를 취하여 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할 것 같거든 연나라를 취하고, 그렇지 않다면 취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殷(은)나라 湯王(탕왕)이 칠십 리의 영토에서부터 나라를 일으켜 천하에 정치를 행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서경’의 옛 글을 인용해서, 탕왕은 천하 백성들을 구원하려고 했기 때문에 천하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서 천하 백성들이 오히려 탕왕의 정벌을 고대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맹자는 제나라가 연나라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했다. 곧, 연나라 백성들이 왕의 군대를 환영한 것은 장차 자신들을 물과 불의 가운데에서 구해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므로 종묘를 부수고 연나라의 중요한 기물들을 옮겨가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以爲는 ‘∼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拯은 救(구)와 같다. 水火는 塗炭(도탄)의 뜻과 유사하다. 係累는 집縛(집박·잡아매어 묶음)의 뜻이다. 重器는 寶器(보기)를 말한다.

‘춘추’라는 고전에 기록된 수많은 전쟁 가운데 명분이 있는 전쟁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맹자는 부득이 虐政(학정)을 행하는 적국을 討伐(토벌)해야 한다면 고통을 겪어온 백성들을 우선 慰問(위문)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을 容認(용인)했다기보다 그만큼 정의를 중시했다고 보아야 할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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