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20세기 세계사 녹이겠다” 야심작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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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켄 폴릿 새 소설 ‘거인의 몰락’

‘세기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켄 폴릿(사진)의 신작 ‘거인의 몰락’이 지난달 영국을 비롯한 28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1978년 데뷔한 폴릿은 1989년 ‘땅의 기둥(The Pillars of the Earth)’으로 본격적인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작가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이 책을 ‘지난 60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 2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TV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던 이 소설의 후속편을 보기 위해 독자들은 18년을 기다려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07년 출간된 후속편 ‘끝이 없는 세상(World Without End)’은 출간 직후 영국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를 ‘유명한 영국 작가’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조 작가’로 만든 이 2부작은 흑사병이 막 휩쓸고 지나간 영국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나간, 각각 1000쪽이 넘는 대하소설이다.

신작 ‘거인의 몰락’ 또한 800쪽이 넘는 대작으로, 작가가 20세기의 역사를 소설 속에 모두 녹여내겠다는 각오 아래 집필하는 ‘세기의 3부작’ 가운데 첫 권이다.

작품에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1911년, 영국에선 조지 5세가 왕위에 즉위하고 웨일스에서는 대대로 광부 집안인 윌리엄스 가의 열세 살 아들 빌리가 광부로서의 첫 일을 시작한다. 광산을 소유한 피츠허버트 백작가의 딸 모드는 독일인 스파이 발터와 금단의 사랑에 빠져 든다. 젊은 미국인 법대생 거스는 실연의 아픔을 딛고 미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백악관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다. 러시아의 고아 형제인 그리고리와 레브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전쟁과 혁명으로 그들의 계획은 틀어진다.

작가 켄 폴릿
작가 켄 폴릿
웨일스의 광산에서 런던으로, 런던에서 페테르부르크로 다시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독일, 영국, 미국 그리고 러시아의 다섯 가문 후손들이 역사의 흐름 속에 서로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그 결과 어떤 운명들을 맞이하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주인공들의 삶을 씨실과 날실을 이어가듯 촘촘하게 엮어가는 데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폴릿의 솜씨가 드러난다. 중세시대의 한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던 전작들에 비해 ‘거인의 몰락’은 유럽과 러시아, 미국을 오가는 방대한 배경에 세계대전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과연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영국은 물론이고 스페인, 프랑스, 미국, 불가리아, 덴마크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장식하며 다시 한 번 폴릿의 저력을 과시했다.

작가는 이미 ‘세상의 겨울(Winter of the World)’이라고 이름 붙인 두 번째 권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핵무기 개발을 주요 소재로 다룰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대하 장편소설이 지금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다는 것, 한 작품의 속편을 18년씩이나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는 두꺼운 독자층이 있다는 것이 바로 폴릿과 같은 작가들을 낳는 원동력이 아닐까.

런던=안주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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