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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인터넷 달군 10대 소녀-할머니 ‘지하철 난투극’…

입력 2010-10-19 03:00업데이트 2010-10-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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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면…
정용기 감독
《현실은 때로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10대 소녀와 할머니의 ‘지하철 난투극’을 보라. 다리를 꼬고 앉은 소녀와 이를 나무라다 소녀의 머리채를 쥐어 잡은 할머니 모습은 어떤 영화 속 장면보다 더 극단적이었다. ‘인형사’로 데뷔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원스 어폰 어 타임’ ‘홍길동의 후예’ 등을 잇달아 연출하며 공포, 코미디, 액션, 휴먼드라마를 넘나들던 정용기 감독(사진)에게 물었다. “지하철에서 소녀와 할머니가 영문도 모를 싸움을 처절하게 벌인다는 간단한 설정만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겠는가.” 정 감독은 2시간 만에 스릴러, 공포, 코미디·액션의 세 가지 장르를 떠올렸다. 아, 경외할 만하다! 대중예술가의 무한상상력이란.》
인신매매단 노파, 지하철서 마주치다

스토리라인=KAIST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모범생 소녀. 여덟 살 남동생 손을 잡고 엄마 몰래 테마파크에 놀러갔다가 동생이 종적을 감춘다. 순간 소녀는 동생을 데리고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는 한 할머니의 뒷모습을 포착하고 쫓아간다. 결국 노파와 동생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소녀의 집안은 난리가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우연히 지하철 건너편 좌석에 앉은 문제의 할머니를 발견한다. 천우신조인가! 낌새를 챈 노파가 지하철에서 내리려 하자, 소녀는 “내 동생 내놔” 하며 노파를 붙들고 다그친다. 노파는 “아이고, 젊은 것이 노인 친다!”면서 나뒹굴고, 아무것도 모르는 승객들은 “패륜아”라며 소녀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다. 노파를 폭행하는 소녀의 모습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을 도배하고, 소녀는 억울하게도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이때 웬 40대 남자가 “동영상을 보았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남자 역시 3년 전 자신의 어린 딸을 노파에게 잃었지만 누구도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아 스스로 추적해오고 있었던 것! 소녀는 남자와 운명공동체가 되어 노파의 뒤를 캐고, 결국 노파가 거대 인신매매조직의 끄나풀이었음을 밝혀낸다.

제목=‘용의자’(정 감독은 “만약 ‘사라진 동생’이란 제목을 붙인다면 최악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꿈속 지하철서 쓰러뜨린 마귀할멈이…

스토리라인=첫 장면. 소녀가 한적한 전철에 앉아 있다. 전철에는 소녀와 건너편에 앉은 한 할머니뿐. 지상을 달리던 전철이 지하터널로 진입하는 순간 돌연 전등불이 나간다. 칠흑 같은 어둠. 그런데 건너편 할머니의 눈이 붉은빛으로 번쩍이는 게 아닌가. ‘아, 내가 신경이 과민한 탓이겠지’ 하고 눈을 질끈 감는 소녀. 눈을 떠보니, 할머니가 소녀의 코앞에 서있는 게 아닌가. 공포에 질린 소녀는 엉겁결에 노파를 후려치고 노파는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다. 아악!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악몽을 꾼 거다. 안도감에 학교 갈 채비를 하던 소녀는 TV 뉴스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지하철에서 한 노파가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 피해자 사진을 보니, 바로 어젯밤 꿈속에서 본 노파가 아닌가!

다음 날 밤, 불안 속에 잠이 든 소녀는 성적 최상위권 라이벌이던 같은 반 여학생을 자신이 난자해 살해하는 꿈을 꾼다. 석연찮은 마음으로 등교했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꿈에 나왔던 여학생이 마을 ‘뚝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

고민 끝에 경찰에 알리기로 한 소녀. 나갈 채비를 하려 머리핀이 담긴 보석함을 연 소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보석함에 살해된 여학생의 피 묻은 명찰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소녀는 심한 몽유병과 정신분열증을 앓아왔던 것. 그건 악몽이 아니라 소녀가 실제로 벌인 일이었다! ▽제목=‘악몽’

‘손녀 퇴마사’만들기 지하철 프로젝트

스토리라인=단둘이 사는 할머니 ‘순녀’와 외손녀 ‘순자’. 절대무공과 퇴마사의 피가 대대로 흐르는 그들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순자의 어머니 ‘순실’이 퇴마사로 활약하다 귀신에게 목숨을 잃고 만 것. 할머니는 손녀에게 무공을 전수해 어머니의 못다 이룬 꿈을 손녀가 이뤄주길 바라지만, 퇴마사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손녀는 “난 무당 되기 싫다”면서 평범한 삶을 고집한다. 이에 할머니는 무공을 전할 비밀스러운 프로젝트에 착수하는데….

바로 공공장소를 트레이닝의 장(場)으로 이용하는 것. 이날도 손녀와 지하철을 타고 가던 할머니는 돌연 실성한 체하며 손녀의 머리끄덩이를 잡은 채 맹공격을 퍼붓고, 순자는 자기방어 차원에서 할 수 없이 할머니의 필살기들을 막아내기 시작한다. 할머니의 시도 때도 없는 공격은 지하철 2호선, 간선버스, 서울광장,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이어지고, 결국 할머니의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순자의 핏속에 잠잠히 흐르던 절대무공의 유전자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제목=‘퇴마사 순자’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상은 100% 상상의 결과물로, 실제 인물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위 이야기의 저작권은 정용기 감독에게 있으므로, 이를 무단 원용해 영화를 만들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동영상=10대女, 할머니 지하철 소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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