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붓놀림, 예상치 못한 그림이 무대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사진 제공 펜타토닉
《“난타와 점프의 아성에 도전한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후발 주자인 ‘드로잉:쇼’와 ‘판타스틱’이 1일 나란히 전용관을 마련하며 관객 몰이에 나섰다. 무대에 처음 오른 지 1, 2년 된 비교적 신생 공연으로 난타(1997년), 점프(2002년)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마술 같은 미술’(드로잉:쇼)과 ‘코믹한 국악’(판타스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드로잉:쇼, “마술 같은 미술 공연”
‘세계 최초의 미술 퍼포먼스’를 내세운 ‘드로잉:쇼’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각종 미술 기법에 음악과 조명을 더해 새로운 넌버벌 장르로 끌어냈다. 2008년 7월 대학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2년 2개월 동안 27만여 명이 관람했다. 이 중 외국인은 8만여 명(29.6%)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문화사절단으로, 5월에는 한·아시안 정상회의의 한국 대표 공연으로 초대됐다.
‘드로잉:쇼’는 1일 대학로를 떠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중구 초동의 명보아트홀로 공연장을 옮겼다. ‘히어로’라는 주제로 마이클 잭슨, 찰리 채플린, 슈퍼맨 등 여러 ‘영웅’ 이미지를 미술 기법과 연결시켜 흥미를 높였다. 큐브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 넣다가 단번에 ‘슈퍼맨’의 얼굴을 완성하거나, 호랑이 그림을 완성한 뒤 그 위에 영상을 쏴 살아있는 듯 움직이게 만들 때는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대를 도화지처럼 만든 뒤 영상을 쏴 세트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키는 ‘아키텍처럴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붙들었다.
제작사 펜타토닉의 정규철 대표는 “미술을 통해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에 치중한 ‘난타’, ‘점프’보다 다양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믹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국악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가운데는 홍보대사 송승헌 씨. 사진 제공 해라○ 판타스틱, “코믹 국악 공연”
‘판타스틱’은 지난해 4월 서울 63빌딩 아트홀에서 ‘꼬레아 랩소디’란 이름으로 시작한 뒤 같은 해 8월 이름을 바꿔 1년 7개월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람객은 7만2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이 2만3000여 명(전체의 31%)이다. 제작사 ‘해라’의 지윤성 대표는 “지난해 공연 초엔 외국인 관람객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70% 수준까지 늘었다. 외국인 관객 비율이 높다 보니 현재 불황인 국내 공연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1일에는 새로 개관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가야극장에 전용관을 마련해 공연장을 두 개로 늘렸다. ‘코믹 라이브 쇼’를 표방한 이 작품은 판소리, 가야금과 대금, 해금 연주 등 국악을 밑바탕에 깔고 상모돌리기, 버나돌리기, 타악공연, 비보이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라이브 연주를 하지만 미리 녹음한 트랙을 틀어주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안정된 소리가 돋보인다.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곳곳에 숨어있는 코믹 요소로 지루할 틈이 없다.
지 대표는 “한국 전통 문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채롭고 코믹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음악을 보강해 공연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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