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깊이와 새로움이 만나니 재미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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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힙합댄서 팝핀현준-현대무용수 류장현 씨

김윤정 안무가 통해 인연 맺어
현대무용 ‘독백’에 함께 출연
호흡 달라도 열정은 닮은꼴

몸 푸는 법도, 음악을 듣는 방식도, 연습복까지도 다르지만 춤을 춘다는 점만은 같다. 현대무용 작품 ‘독백’에 함께 출연하는 힙합 댄서 팝핀현준 씨(오른쪽)와 현대무용수 류장현 씨. 이훈구 기자
몸 푸는 법도, 음악을 듣는 방식도, 연습복까지도 다르지만 춤을 춘다는 점만은 같다. 현대무용 작품 ‘독백’에 함께 출연하는 힙합 댄서 팝핀현준 씨(오른쪽)와 현대무용수 류장현 씨. 이훈구 기자
몸 푸는 법부터 둘은 달랐다. 쉴 새 없이 떠들며 바닥을 뒹굴고 뛰어다니더니 나중엔 비닐봉투를 신발처럼 신고 연습실을 질주하며 장난을 치는 쪽과, 커다란 헤드폰을 쓴 채 말없이 안무를 반복하는 쪽. 힙합댄서와 현대무용수라는 차이를 떠올리지 않아도 한눈에 보기에 너무 다른 두 사람, 팝핀현준 씨(본명 남현준·31)와 류장현 씨(27)를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4∼7일 강원 춘천에서 열리는 제9회 춘천아트페스티벌 ‘춘천어람(春川於藍)’에서 안무가 김윤정 씨의 작품 ‘독백’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춘천호를 배경으로 건축가 김수근 씨가 설계한 춘천시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다. ‘독백’은 7일 오후 공연된다.

두 사람이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팝핀현준 씨는 영화 ‘플라이 대디’, 비보이를 다룬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 출연했고 조PD, 슈퍼주니어 등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예술전문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각종 비보이대회 심사위원을 맡는 등 한국의 대표적 힙합 댄서로 꼽힌다. 류 씨도 2006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하고 2010년 ‘평론가가 선정한 젊은 무용가’로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현대무용수다.

“연습복도 달라요. 우리는 저런 옷 안 입거든요.”

류 씨가 헐렁한 청바지에 셔츠 차림의 팝핀현준 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류 씨 자신은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팝핀현준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어때서? 이 옷 편해”라고 응수했다. 20여 분간 몸을 푼 뒤 둘은 음악에 맞춰 ‘독백’의 안무를 맞춰보기 시작했다.

서로 연결지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안무가 김윤정 씨 덕분. 김 씨의 다른 작품에 각각 출연했던 게 공통분모이자 인연이었다. 김 씨는 “‘독백’은 소리가 나지 않는 마이크를 오브제로 해서 펼쳐지는 2인무이지만 자기 자신과 소통하기 힘들어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춤은 호흡부터 달라요. 그렇지만 둘 다 자기 영역이 넓고 열려 있는 무용수라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빠른 박자에 맞춰 마이크를 빼앗기고 뺏는 동작이 반복됐다. 음악이 느려지자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원을 그리며 춤을 췄다. “시선 맞추고, 동작을 동시에 해야지”라는 김 씨의 지시가 따라붙었다. 두 사람의 춤은 거울을 보는 듯 닮아 있었다.

둘에게 “어려운 점은 없냐”고 묻자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힙합은 했던 거 똑같이 하거든요. 아주 쉬운 거죠. 좀 더 깊이 있는 걸 원하다 보니 현대무용 쪽에 관심이 갔어요. 같은 음악도 다르게 들어요. 힙합은 무조건 쿵, 짝! 4분의 4박자로 쪼개서 듣는데 현대무용은 훨씬 복잡하게 듣거든요.”

“이런 이야기 자체가 신기해요. 현대무용 쪽에서만 작업하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죠.”

팝핀현준 씨와 류 씨는 올해 10월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마이클 잭슨을 모티브로 김 씨가 안무한 ‘문워크’에도 함께 출연한다. 류 씨는 “셋 다 마이클 잭슨을 좋아한다. 마이클 잭슨에 관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운명적으로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둘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김 씨와 안무의 동선과 세세한 동작을 확인하는 두 사람은 진지했다. 밤늦게까지 연습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낯선 작업에 땀 흘리는 이유를 류 씨가 한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현대무용 정신 자체가 늘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걸 찾는 거잖아요. 춤이 좋고 음악을 사랑하고, 도전하고…. 그런 사람들이 만난 거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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