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곡선… 돌아서 간들 어떠리 김선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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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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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씨의 ‘너에게로 U턴하다’.
김선두 씨의 ‘너에게로 U턴하다’.
그날 화가는 자동차로 붐비는 네거리에서 하릴없이 직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히 신호등을 바라보던 중 불현듯 ‘직진 차선 위의 일벌레가 되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삶도 작업도 U턴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바로 ‘자신의 마음’을 향해서.

화가 김선두 씨(52)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열망을 ‘너에게로 U턴하다’는 제목의 개인전과 시그림책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화단에 나온 이래 수묵과 채색, 필선과 색채의 균형을 모색하며 전통회화의 본질을 파고든 작가는 석남미술상, 부일미술대상 등을 받으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천재화가 장승업을 모델로 한 영화 ‘취화선’에서 그림을 그려 대중에게도 이름이 꽤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 그는 스스로 삶과 작업에 대한 반성과 되새김을 바탕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 이번 전시와 시집은 꿈을 향한 숨고르기 과정의 열매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리씨갤러리(02-3210-0467)에서 열리는 전시는 장지 위에 숱한 덧칠을 통해 색을 은은하게 우려낸 작품을 선보였다. ‘남도’ ‘그리운 잡풀들’ ‘느린 풍경’에서 이어진 신작은 ‘애기똥풀’ ‘미모사’ ‘어느 봄날’ 등 자연과 풍경을 보듬고 있다. 색을 겹겹이 쌓으면서 동시에 획의 맛도 살려내고자 시도한 작업이다. 그림에 맞춰 시와 사유를 곁들인 책에선 감칠맛 나는 글 솜씨가 돋보인다. 그가 시를 선택한 것은 감수성을 벼리기 위해서. “선 하나를 제대로 그으려 30년 넘게 붓질하며 살았다. 내게 시는 그 지난한 붓질의 이유였고 원동력이었다.”

삶을 잘 살아온 자의 모습은 둥글다고 얘기하는 화가. 빠름과 능률을 추구하는 직선의 삶에서 느림과 여유를 지향하는 곡선의 삶을 지향하는 그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진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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