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원조 심청의 창작발레 ‘심청’ 맞춤 훈수

  • 동아일보

창작발레 ‘심청’ 올리는 문훈숙 단장
손가락 - 호흡까지 꼼꼼한 개인지도

18일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심청’을 연습 중인 문훈숙 단장(오른쪽)과 한서혜 씨(가운데). 문 단장은 발의 각도나 
손가락의 모양까지 세밀히 지도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18일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심청’을 연습 중인 문훈숙 단장(오른쪽)과 한서혜 씨(가운데). 문 단장은 발의 각도나 손가락의 모양까지 세밀히 지도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여기서 심청이 아버지 얼굴을 만지고 손을 올릴 때 조금만 더 호흡이 풍부했으면 좋겠어.” “손을 뻗을 때 손가락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어? 그래, 그렇게 해야지.”

지시는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다. 연습 내내 스승은 제자만큼이나 많이 움직였다. 빽빽하게 글씨가 적힌 메모판이 늘 함께였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 6년 만에 24일 무대에 오르는 창작발레 ‘심청’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 선생님은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다른 공연이라면 최종 리허설 단계에서 전체적인 완성도와 구성만 점검해온 문 단장이 이번 ‘심청’에서는 주역 발레리나들의 지도교사로 나선 것이다.

문 단장은 1986년 초연 때부터 2001년까지 줄곧 ‘심청’ 주역을 맡아 왔다. 다른 일정을 비운 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심청’에 각별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안무 중간 중간 제가 채워 넣거나 의견을 낸 부분도 많았죠. 말하자면 제 ‘맞춤옷’이었던 셈이에요. 더군다나 실질적인 주역이 발레리나 단 한 명이에요. 감정 표현과 연기가 중요한데,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을 해도 채우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 그걸 전해주는 거죠.”

문 단장은 스스로도 “대충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주의자다. 단원들이 붙여준 별명도 ‘백만노트’. 고쳐야 할 부분을 꼼꼼히 적어뒀다가 한 명 한 명 말해주는 지도 스타일 때문이다. 문 단장은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은 자꾸 단원들에게 ‘내가 없으면 너희가 후배 심청을 가르쳐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만큼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처음 ‘심청’에서 주역을 맡아 집중 지도를 받고 있는 한서혜 씨는 “단장님은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제 동작을 상세하게 보고 지적하셔서 신기할 정도”라며 “특히 발레리나의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하도록 가르치신다”고 말했다.

이번 ‘심청’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을 수중촬영 영상으로 표현하고 궁궐이 배경인 3막 의상을 80% 이상 바꾸는 등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인다. 공연 첫머리엔 문 단장이 직접 중년 심청으로 등장해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문 단장은 “아직도 궁궐 의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심청 공연을 하며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1막 중 심봉사가 딸이 팔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시작된 연습은 연습실을 바꿔가며 3막 중 왕과 심청의 2인무로 이어졌다. 휴식시간도 없이 3시간이 가깝게 흘러서야 연습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문 단장은 연습을 끝낸 무용수들이 쉬는 사이 다른 연습실로 향했다. “그래도 연습실에 있을 때가 행복하다”는 말을 뒤로한 채.

24∼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A석 1만 원, S석 6만 원, R석 8만 원. 070-7124-1737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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