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배 속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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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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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1국 3보(42∼65)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44가 놓이자 점심시간인 오후 1시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 무렵이 되면 착수를 점심 이후로 미루는 것이 보통이다. 검토실도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홍기표 4단은 무엇엔가 쫓기듯 흑 45를 놓는다. 중앙 백 대마를 위협하며 우변 백 공격을 노리겠다는 뜻. 하지만 조훈현 9단은 “어중간한 수”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이 중앙 대마에 손을 빼도 마땅한 공격 수단이 없다고 했다. 조 9단의 말처럼 이창호 9단이 점심 식사 후 중앙에서 손을 빼고 백 54까지 우변을 간단히 수습하자 흑 45는 머쓱한 수가 됐다. 실속도 못 챙기고 중앙 대마 공격도 잘 안 된다.

실수를 깨달은 홍 4단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조금 당했다고 조급해선 안 된다고 한 번 더 다짐한다. 홍 4단은 흑 57∼61로 끈끈하게 백을 압박한다. 중앙 두터움을 배경으로 조금씩 이득을 보며 백을 추격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침착해진 흑의 태도가 이 9단도 부담스럽다. 백은 귀를 지켜야 할 차례. 그러나 64의 자리에 두는 것은 밋밋하고 발이 느린 듯하다. 이 9단은 백 62로 능률을 추구한다. 백 62로 ‘가’의 약점을 노리면 백귀의 약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홍 4단은 흑 63으로 ‘감히’ 이 9단의 의표를 찔렀다. 흑 65가 놓이자 백의 배 속에 칼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참고도는 실리 손해가 커 백이 안 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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