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느리게 걷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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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9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사는 게 너무 바쁘다고 느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러다보니 느리게 살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구 가인 앵커) 느리게 살기를 체험하고 그 의미를 찾는 걷기여행에 4명의 젊은이가 나섰습니다. 산업부 김현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

느리게 걷기 엿새 째. 지난 3일 충남 태안의 천리포에서 출발한 탐험대는 전북 부안까지 내려왔습니다. 느린 발걸음이라 그런지, 엿새 째에도 피곤한 기색은 별로 없습니다.

(인터뷰)강영훈
"아침 8시, 8시 반 쯤 출발해서 12시까지 걷고요, 1시까지 밥 먹고 5, 6시까지 걷습니다. 하루 8시간, 9시간 걷는데, 한 시간에 3~4km 걸으니까 하루 30km 정도 걷습니다. 느리게 걷는 게 중요하니까 빨리 걸으려고 안 하고 행복한 생각 가지려고 해요"

(스탠딩) 강영훈 씨 등 4명으로 구성된 탐험대는 충남 태안에서 전남 청산도까지 14박15일 일정으로 걷고 있습니다. 총 413km의 여정입니다.

4월 햇빛이 좋습니다. 일부러 찾아간 흙길이 푸근합니다. 목련이 만발했고 서울에선 아직 보기 힘든 벚꽃도 이곳에선 이미 활짝 피었습니다.

뒤로도 걸어 봅니다.

주변에 있는 돌이나 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놀이도 개발해 봅니다. 진 사람이 그날 빨래 당번입니다.

길이 헷갈리면 최신형 휴대폰을 이용해 경로를 탐색합니다.

걷다 허리가 아프면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도 해봅니다.

(인터뷰)배유미
"허리가 아파요 걷다 보면....허리를 숙인 다음에 체중을 앞으로 보내면서 고개를 들어서 허리를 쭉 피고 있으면 걷다가도 허리 피로가 금방 풀리게 되서 편하게..."

이번 걷기의 취지는 태안 자원 봉사 정신을 기리고, 느리게 살아가는 여유와 '슬로우 라이프'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태안에서 기름을 걷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인터뷰)강영훈
"왜 태안에서 청산도까지냐가 중요합니다.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건 이후에 120만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태안에 와서 6개월 만에 복구했거든요...청산도가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면서 슬로라는 개념이 확산되고....그러면 우리가 걸어가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 서해안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면서 청산도까지 걸어가면 느리게 걷는다는 것의 의미가 연결된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걸으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글과 함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립니다.

20대인 이들에겐 앞으로 어떤 목표와 어떤 비전을 갖고 살지 모색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해우
"제대한 지 얼마 안돼 바로 참여하게 됐어요...이번에 많은 것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생각하게 되는 것도 많았고요. 머리를 식히고 다시 한번 미래를 세우고 계획하고..."

(인터뷰) 송준호
"요즘 스펙이다 취업이다 많이 어렵고, 제 주변 친구들도 너무 바쁘더라고요. 문든 내 길이 맞나, 이렇게 가는 게 맞는가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요...걷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천천히 걸으면 놓쳤던 것들 다시 볼 수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생각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클로징)
속도의 빠르기로 경쟁을 하는 문화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미련해 보이기도하고, 조바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느리게 걷기에 나선 이들은 느리게 가야지만 보이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동아일보 김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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