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만인보’ 완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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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77) 시인의 연작시편 '만인보'(萬人譜)가 9일 총 작품 수 4001편, 전 30권으로 완간됐다.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 구상한 것으로, 1986년 1-3권이 나왔으며 구상 30년 만에 마무리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 조연급 정도만 포함해도 등장인물이 5600여 명에 이르러 '한국 문학사 최대의 연작시'라는 수식어 외에 '시로 쓴 한민족의 호적부',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는 평도 듣는다.

이번에 출간된 것은 완간을 기념해 기존에 출간된 1-26권을 출간 시기별로 합본하고 여기에 신간 27-30권을 더한 11권의 양장본이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7월 원고를 탈고한 뒤 역사적 사실 관계와 인명 등을 다시 점검했다고 한다.

662편을 담은 27-30권에는 "그 죽음은 무덤이 없어야겠다 차라리//백년 이상/오늘일 것"으로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봉하 낙화암'을 비롯, 당대 인물들을 다루거나 친일 행적을 비판한 시 등이 담겼다.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5.18 직후 감옥에서 만인보를 구상한 시인은 올해로 30주기를 맞는 그때를 불러내 잔혹했던 장면이나 유가족의 고통 등을 가감없이 전하는가 하면 뱃속의 태아인 상태로 학살당한 아기가 2030년 5월 50세의 최연소 대통령이 돼 광주를 방문한다는 상상력('2030년 5월')도 펼친다.

4001편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 '그 석굴 소년'은 "낙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버림받고 재수 없는 아이라고 핍박받다 "끝없이 읽어야 할 책이" 기다리는 석굴로 들어가 "세상의 시간"이 아닌 영겁의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각권 맨 앞 지면에는 "만인만이 만인이 아닙니다. 만물도 만인입니다" 등 시인이 쓴 붓글씨 12점이 인쇄돼 실렸다.

출판사 창비는 출간을 기념해 9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만인보를 논하는 심포지엄을 연다.

고은 시인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8세에 출가해 수도생활을 하던 중 1958년 '현대시'와 '현대문학' 등에 추천돼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피안감성'(1960)을 비롯해 시선집 '어느 바람', 서사시 '백두산'(전 7권), '고은 전집'(38권) 등 저서는 150여권에 달한다.

1989년 이래 20여 개 국어로 시선 및 시선집이 번역됐으며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의장, 하버드 옌칭연구소 특별연구교수 등을 거쳤으며 현재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장,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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